아세안 화상 정상회의서 중국 대놓고 비판
다른 나라들도 "협상 조속 재개" 지원 사격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베트남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란 역내 최고 협의체에서 중국을 대놓고 규탄했다. 아세안 정상들도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했지만, 조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중국에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베트남의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26일 하노이에서 열린 화상 정상회의 개회 선언에서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국제법을 위반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나라가 있다”며 “그 국가는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일부 지역의 안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명을 거론하지 않았을 뿐, 중국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베트남은 앞서 24일 개최된 아세안 외교부 차관급 사전회의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를 아세안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시키자”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푹 총리는 이어 중단된 중국-아세안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협상과 관련해서도 “아세안은 COC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지역 내 정상적인 국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아세안 당사국들은 체결될 COC를 진지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거듭 중국을 압박했다.
베트남의 강경 대응에 대다수 아세안 정상들도 힘을 실었다. 아세안은 이날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인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 ‘항행의 자유’가 최우선돼야 한다”며 “중국은 COC 협상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항행의 자유 개념의 적용 자체를 거부하는 중국의 행위가 남중국해 분쟁의 시초라는 점을 간접 비판한 셈이다. 다만 아세안은 중국의 최우방국을 자처하는 캄보디아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중립을 고수하겠다”면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아 공동 선언까지는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의 9개 선(구단선)을 그어 해당 영역 안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단선 안에 포함된 바다는 남중국해의 90%에 달한다. 당연히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남중국해 연안국들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올해 남중국해 섬에 군사기지를 세우고 행정구역까지 일방적으로 명명하는 등 독자 행동을 이어가고 있어 역내 갈등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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