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지지율 격차 두 자릿수로 벌어져
2차 유행 무대응 일관, 주정부에 책임 넘겨
"트럼프, 선거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대선을 앞둔 대형 악재에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채 무대응으로 일관해 '우군'마저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발표된 CNBC방송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38%의 지지율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47%)에게 9%포인트 차로 뒤졌다. 두 사람간 지지율 격차는 4월 같은 조사 때보다 4%포인트 더 벌어졌다. 트럼프가 무당파층에서 선호도가 11%포인트 떨어진 반면, 바이든은 젊은층과 고소득층에서 지지율을 확대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전날 공개된 일간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는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트럼프 36%, 바이든 50%로 무려 14%포인트에 달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2주간 지지율 조사 평균치는 트럼프 40.6%, 바이든 50.6%로 두 자릿수 차이를 보였다. 한 달 전(5.3%포인트)과 비교해도 두 배나 격차가 뛰었다.
코로나19 사태와 반(反)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편협한 태도로 여론의 반감을 샀던 트럼프는 반전 승부수로 경제 재개를 밀어붙였으나 상당수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려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텍사스ㆍ플로리다ㆍ애리조나주(州)에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해 민주당 탓을 할 수도 없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계속 재확산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그는 이날 핵심 경합주인 위스콘신을 방문해 “우리가 검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환자가 늘었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도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측근을 인용해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감염병 사태가 더 악화하면 책임을 주정부로 떠넘기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이다.
이런 무대응이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트럼프는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마스크 착용이 정치적 이득을 줄 것이라는 측근들의 권유에도 그는 끝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CNN방송에 “트럼프도 마스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에 줄곧 뒤지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역시 잘못된 조사 방식 탓으로 돌리며 대선 패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4년 전처럼 핵심 지지층을 결집해 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의 계산이다.
그러나 정치환경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집착하는 트럼프에게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거물급 공화당 지지자들의 이탈 행렬이 특히 두드러진다. 2016년 대선 경선 주자였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는 이날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며 바이든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도 바이든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화당 내 온건 보수세력이 ‘미워도 트럼프’가 아니라 아예 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다. 바이든 캠프는 이 참에 전통적인 양당 구도를 넘어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을 아우르는 캠페인 전략으로 중도층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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