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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松峴)의 미래: 서울도심을  도심답게

입력
2020.06.2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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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광장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광화문 광장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0년대 들어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어린이들이 도심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상징적이고 또한 실제적인 현상이었다. 그때까지 서울 도심은 오직 사무실과 중심상업시설이 즐비하고 그곳에 볼일 있는 사람들만 와서 일하고 먹고 마시는 곳쯤으로 여겨졌다. 그 외의 사람들에게 도심은 별 볼 일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며 서울시청광장, 청계천, 광화문광장 등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며 도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름에는 많은 어린이가 이순신장군 동상 앞이나 시청광장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겨울에는 시청광장에서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도심을 즐기게 되었다. 봄가을이면 많은 가족이 어린이와 함께 서울광장에서 자유롭게 노닐거나 문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청계천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즐기는 산책로가 되었다. 

자, 이제 누가 도심을 오피스빌딩이라는 업무공장에서 어른들이 온종일 일하고, 퇴근 후 주변 식당이나 유흥가에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곳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제 도심은 기형적인 기능 배치에서 벗어나 모든 시민에게 볼 일이 있는 곳이며 다양한 행위가 밤낮으로 펼쳐지는 곳이 되어야 한다. 도심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만들어 가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그러기에 만약 도심에 아주 큰 가용지가 나타나면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도 이제는 일방적이지 않다. 비싼 땅이니 당연히 오피스나 수익 높은 상업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관행적 접근은 지난 시대의 생각이다. 오히려 개발연대에 도심에서 소홀히 취급되었던 문화공간이나 오픈 스페이스등 그야말로 모든 시민이 이들을 통하여 재생(recreation)될 수 있는 공간 환경을 보완하는 것이 절실하다. 문제는 이를 위한 규모 있는 땅이 도심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서울은 행복하게도 벌써 20여년 전 이런 큰 가용지가 도심에 나타나는 사건을 맞이했다. 바로 경복궁옆 송현동 옛 주미대사관의 숙소 부지다. 서울시청앞 광장의 2.8배나 되며 역사문화적 도시 조직과 재개발로 만들어진 현대적 도시 사이에 놓여 있다. 송현동 부지의 이용에 대하여 그동안 여러 논의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땅값 이야기만 있지 앞서 언급한 시민들의 도심 인식과 이용 변화라는 사회문화적 변화는 제대로 평가되고 고려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도심 재개발로 꾸역꾸역 민간 오피스로 채워지는 서울역사도심에 이와 상호 보완하는 다른 성격의 공간과 기능이 자리하는 것은 시민을 위해서도 국제도시의 위상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부동산시장에서 이런 것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면 공공이 개입해서라도 해야 할 일이다. 

건물로 꽉 찬 도심에 오히려 나무로 꽉 차거나 또는 빈 공간을 만들며 주변 지역과 함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장소가 생긴다면 서울은 새 시대에 맞는 도심다운 도심을 가진 선도적 도시가 될 것이다. 송현동 부지의 위치나 규모로 볼 때 서울도심에 이 같은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이다.



김기호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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