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하반기 재협상 전망, 정몽규-이동걸 회동
이스타항공 임시주총 파행, 체불임금도 접점 못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국내 항공업계 인수합병(M&A)도 난기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딜클로징(인수계약완료)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노딜(거래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는 각 사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면서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 불참으로 무산된 이스타항공 임시주총…체불임금 문제 '여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짝짓기는 답보 상태다. 사실상 거래 종결 시점으로 여겨지는 전환사채(CB) 납입 기한이 30일이지만 양측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지만, 제주항공 측의 불참으로 파행으로 끝났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6일 다시 한 번 임시 주총을 개최할 방침이지만,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양측은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 지급을 미루면서 6월 현재 체불 임금 규모는 250억원까지 늘었다.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과 인수 계약 체결 당시 향후 채권·채무도 포함된 조건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제주항공 측에서 체불 임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현 경영진과 대주주 측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양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매각이 마무리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체불 임금의 약 절반인 110억원을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가 부담하겠다는 의향도 밝혔지만, 제주항공 측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더해진 저비용항공(LCC) 업계의 해외 노선 운항 차질은 양측 M&A의 또 다른 걸림돌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657억원, 당기순손실 1,104억원으로 역대 최악의 1분기 실적을 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이스타항공과 원만한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지만 2,3분기 전망이 어둡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사실상 1차 딜클로징 넘기고 하반기 재협상 전망…팽팽한 입장 차이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의 M&A 여정 또한 불투명하다. HDC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인수계약을 이달 27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SPA 선결조건인 러시아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았다.
양측은 세부 계약 조건에 따라 12월27일까지 최장 연장 시한을 미룰 수 있지만 순항을 장담할 순 없는 형편이다. HDC현산 측은 러시아 기업결합 승인 외에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본계약상 진술, 보장, 확약, 의무 등이 모두 이행됐다는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거래종결 의무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이후 부채 4조5,000억원 증가, 재무제표 신뢰성, 적정 인수가격 재책정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업계에선 딜클로징 이후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과 HDC현산 간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산업에 줘야 할 구주 가격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 전환,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HDC현산에서 재협상은 하되,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깎아야 한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5일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M&A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 측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예상치 못한 부채와 낮아진 미래가치 등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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