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올해 국내 무대로 복귀해 통산 300경기 출전을 채운 성남의 베테랑 공격수 양동현(34)이 다음 목표를 팀의 상위스플릿(1~6위) 진입과 자신의 K리그 통산 100골로 설정했다. 현재까지 그가 기록한 득점은 93골, 시즌 초반처럼 활약한다면 두 가지 목표는 모두 실현 가능하단 평가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양동현은 26일 한국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300경기 출전이 특별한 기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15년 간 프로생활을 어떻게 해 왔는지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선수 생활을 꾸준히 해 왔다느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의 얘기처럼 K리그 300경기 출장을 대기록이라고 칭하기엔 다소 겸연쩍을 수 있다. 앞서 300경기를 뛴 선수는 이미 66명(골키퍼 포함)인데다 양동현보다 7살 많은 이동국(41ㆍ전북)도 아직 현역으로 541경기를 뛰고 있으니 말이다. 월드컵에 출전하거나 국가대표로 굵직한 자취를 남긴 선수도 아닌 데다, 하필 무관중 경기를 펼칠 때 기록이 나오는 바람에 더 썰렁하게 지나간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의 축구인생을 돌이켜보면 300경기 출전은 결코 ‘그저 그런 기록’이 아니다. 20대 초반부터 우려곡절을 겪으며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고, 스페인 프로축구 바야돌리드 19세 이하(U-19) 팀에서 활약하며 한국 축구를 책임질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꼽혔다. 하지만, 20대 초반부터 이어진 크고 작은 부상으로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하며 점점 잊혀갔다.
그가 꼽은 축구인생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당한 발목부상. 양동현은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발목을 다쳤다"면서 “베이징올림픽을 발판 삼아 (해외진출 등) 더 좋은 상황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 때 부상 이후로 축구인생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돌아봤다.
양동현의 축구인생은 30세를 넘겨 꽃을 피웠다. 포항으로 넘어온 2016년 13골 4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그는 그 해 12월 겨울 2살 아래 아내와 결혼한 했고, 이듬해 19골 2도움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와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뛴 뒤 올해 성남 유니폼을 입고 국내에 복귀, ‘젊은 성남’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제 그의 목표는 팀의 상위스플릿 안착. 양동현은 “올해 성남은 선수 개인이 빛나는 시스템이 아닌, 팀 내 전술이나 움직임을 통해 전체가 빛나는 시스템”이라며 “지금은 4연패중이지만, 그냥 시즌 가운데 4패라고 생각한다. 성남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시즌 중 통산 100골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93골이라 앞으로 7골을 더 넣으면 가능한데, 이번 시즌 경기수가 줄어든 게 몹시 아쉽다.
축구 인생 전체를 통틀어 설정한 목표도 있다.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로 남는 것이다. K리그에선 울산과 부산, 포항 등 남부지방 연고 팀에만 있었던 그는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 팀에 몸담으면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양동현은 “처가와 본가가 모두 가까워 마음이 한결 놓인다”며 “두 딸 유치원 등ㆍ하원도 대부분 내가 직접 하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도 늘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아이들이 축구장에 와서 아빠 뛰는 모습을 보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진정돼 이이들과 팬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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