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ㆍ25전쟁 70주년인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의 한국전쟁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2017년 취임 후 처음이나 10주년 단위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참배한 전례를 감안하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감염병 사태 여파로 당초 취소가 유력했던 행사를 시행한 점을 보면 다분히 정치적 목적,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한국전기념공원을 방문했다. 트럼프 부부는 미리 준비된 화환 앞에서 잠시 묵념한 뒤 화환 쪽으로 다가가 엄숙한 표정으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기념 연설 없이 행사에 참석한 한국전 참전용사 10여명과 일일이 거수경례를 주고받았다. 참전용사들에게 “미국은 당신의 노고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덕담도 건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전 기념비 방문은 표면적으론 한미동맹 가치와 위상을 재확인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70주년이란 역사적 상징성에 최근 삐걱대는 남북ㆍ북미관계를 고려해 굳건한 동맹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려 했단 것이다.
하지만 미 언론은 행사 이면의 정치적 의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원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헌화식 참가는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막판까지 시행 여부가 불확실했으나 당일에 임박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혁 주미 대사 초청도 이번 주 초에야 이뤄졌다고 한다. 때문에 참전용사와 스킨십하는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로 내보내면서 국가안보와 강한 미국을 중시하는 보수층의 표심을 다지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미 폭스뉴스는 “반(反)인종차별 시위 격화로 미 전역에서 기념비가 수난을 당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기념비 방문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발간으로 촉발된 ‘동맹 홀대설(說)’을 불식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외신은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화식에서 이 대사와 만나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의견도 주고받았다. 이 대사는 행사 후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평화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는 메시지도 있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한 조언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선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관련 내용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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