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70주년… 전사자 유해 봉환?
北서 발굴, 美 거쳐 고국 품으로?
文대통령, 직접 유족과 함께 마중
“충성. 신고합니다. 이등중사 류영봉 외 147명은 2020년 6월 25일을 기하여 조국으로 복귀 명을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25일 저녁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격납고. 6ㆍ25 전쟁 당시 미 7시단 17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던 류영봉(88)씨는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복귀신고를 했다.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같은 부대 전우들을 대신해서다.
이날 열린 6ㆍ25전쟁 제70주년 행사는 북한 개천시, 운산군, 장진호 일대에서 발굴된 147구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하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1990년대부터 북한에서 발굴된 유해들은 북미 협력으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한미는 이들 147구를 국군전사자로 최종 판명했다. 147구 가운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오대영 이등중사, 하진호ㆍ김정용ㆍ김동성ㆍ최재익ㆍ박진실ㆍ정재술 일병의 가족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70년 만의 귀환을 지켜봤다.
정부는 귀환 영웅들에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21일 박재민 국방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공군 최신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를 미국 하와이 현지로 보내 유해를 모셔왔고, 이들의 여정을 공군 전투기 6대가 엄호했다. 6ㆍ25전쟁 행사 최초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서에 조포 21발도 발사됐다. 군예식령에 따르면 조포 21발 발사는 국가원수급에 해당하는 예우다. 육ㆍ해ㆍ공군 장병들은 유해를 손으로 안아 시그너스에서 내렸고, 유해가 안치되는 동안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이라는 가사의 ‘늙은 군인의 노래’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6ㆍ25 행사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다. 그는 기념사를 통해 “참전용사 한 분 한 분의 헌신이 우리의 자유와 평화, 번영의 기반이 되었다”며 존경과 감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12만2,000여명 전사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낼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이들을 끝까지 찾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담아 만든 ‘122609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 문 대통령은 배지 중 마지막 일련번호인 122,609번 배지를 패용함으로써, 마지막 한 명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유해 봉환에 앞서 개식 행사로는 시그너스 동체에 영상이 투사됐다. 일명 '미디어파사드'다. 7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내용의 영상은 주변이 어두웠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끌 수 있었다는 평가다. 6ㆍ25 행사 최초로 일몰 후 행사가 개최된 것을 두고 빛을 활용한 각종 이벤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었다. 행사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담당했다. 다만 청와대는 참전용사 등 주요 참석자가 고령이라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행사 중간 중간 하늘에선 드론을 띄워 만든 군인, 태극기 등 형상도 볼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유해 봉환에 이어 진행된 국민의례와 헌화ㆍ분향이 끝난 뒤 주요 참석 인사들과 함께 신원확인 국군 및 미군 전사자 13명에 대해 참전 기장을 직접 수여했다. 해당 기장은 공적과 관계없이 전시나 국가 비상 시에 특정 전쟁 등에 참가한 장병 및 군무원에게 수여한다.
6ㆍ25전쟁 70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를 위해 유엔 참전 22개국 정상은 영상 메시지도 보냈다.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터키,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 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상에서 "공산주의를 막아내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분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