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무죄 확정 판결에도 현대미술 논란은 계속
“별 것 아녜요. 그림은 종이 같은 데다 연필 같은 걸로 냅다 그려내는 거고, 미술은 그림보다 조금 범위가 넓고 약간 높임말인 셈이죠."
곧 출간될 책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현대미술에 관한 조영남의 자포자기 100문 100답’에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5)이 현대미술에 대해 내놓은 설명이다.
조영남은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됐다 25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조영남이 애초에 제기한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미술계에서는 "그래봐야 유명세를 탔을 뿐"이란 냉소가 여전하다.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은 조영남이 대작 논란으로 기소되고 재판받느라 방송활동 등을 하지 못한 4년간 쓴 책이다. 책에는 현대미술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조영남은 아름다운 것뿐만 아니라 추한 것도 현대미술에 속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탈리라 작가 피에로 만초니 사례를 들었다. 만초니는 자신의 똥을 통조림 통에 담아 봉인한 뒤 판매한 일로 유명한 작가다. 조영남은 “우리가 이 작품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모든 예술이 다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 똥조차 훌륭한 예술이라는 것”이라 주장했다. 화투를 소재로 쓴다는 핵심 아이디어를 제시한 뒤 조수를 써서 그린 조영남 자신의 그림을 두고 굳이 '저건 예술이 아니다'하고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영남을 바라보는 미술계 시선은 싸늘하다. 한 사립미술관장은 조영남을 두고 "작가의식이나 기법 등이 검증되지 않은 연예인 출신 작가일 뿐"이라며 "그의 그림과 책은 현대미술에 대한 모욕"이라 비판했다. 단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조영남의 주장이 주목받을 경우 "대중들에게 현대미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미술평론가도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는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도 조수를 쓰고, 공장을 돌려 미술품을 찍어내지만 그들은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고, 앞선 시대와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똥도 예술’일 수 있다는 건 똥에 담긴 작가의 철학과 대중의 공감이 만났을 때나 가능하지, 개인 주장만으로는 똥은 그저 똥일 뿐"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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