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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한 명에게 의존하는 조직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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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한 명에게 의존하는 조직에서 벗어나라

입력
2020.06.26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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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어라운드'의 저자인 L 데이비드 마르케 전 함장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L 데이비드 마르케 홈페이지

'턴어라운드'의 저자인 L 데이비드 마르케 전 함장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L 데이비드 마르케 홈페이지


조직의 성과가 뛰어난 리더의 능력과 카리스마에 달려 있다는 믿음은 꽤나 보편적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그래서 ‘리더-팔로워’ 모델을 따라 역량이 뛰어난 리더를 육성하거나 영입하는 데 집중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은 리더만 바라보며 일한다. 하지만 조직을 홀로 책임지며 단기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던 리더가 떠나면, 금세 빈자리가 눈에 띄고 조직의 성과도 영향을 받는다. 리더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팔로워에겐 악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조직에도 해가 된다.

만년 꼴찌 조직을 1년 만에 1등으로 끌어올린 저자는 해결책으로 ‘리더-리더’ 모델을 제시한다. 조직의 구성원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리더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각자 맡은 업무의 모든 측면에서 리더십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면 성과와 의욕이 크게 향상될 뿐 아니라 조직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고 또 다른 리더가 자연스럽게 육성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내놓는 방법론은 단순히 머릿속에서 나온 제안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의 결과에 기반한 노하우다. 꼴찌 야구팀이 훌륭한 감독을 만나 1위팀이 되는 감동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난 조직은, 미 해군 내 최고의 이직률과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던 전투용 고속 핵잠수함 산타페함이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산타페함의 함장으로 복무한 저자는 첫 부임 후, 무기력하게 리더의 명령만을 기다리며 시키는 대로 일하는 리더-팔로워 시스템을 뜯어 고치기 시작한다.

마르케 함장은 우선 명령을 내리지 않고 모든 권한을 각 실무자에게 완전히 위임하기로 했다.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려도 ‘함장의 명령이니까’ 무조건 따르는 풍토를 없애고, 자신이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이다. 위험 부담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더 나빠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턴어라운드

  • L. 데이비드 마르케 지음
  • 김동규 옮김
  • 세종서적 발행
  • 364쪽ㆍ1만9,000원



마르케 함장은 사병의 휴가 신청을 부함장이 아닌 선임참모가 승인하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해 권한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권한을 주면서 책임도 함께 부여했다. 문제가 생기면 해법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부하들이 의견을 내도록 했다. 권한 이임이 능사는 아니다.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제권 이양은 무질서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권한이 조직 아래로 내려갈수록 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목적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은 변화가 모이면서 1년 만에 산타페함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실전배치 준비를 예정보다 앞서 완료했을 뿐 아니라 각종 훈련과 실전배치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고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함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잠수함이 되기도 했다. 리더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닌 조직 전체의 역량을 키우고 나니 마르케 함장이 떠난 뒤에도 산타페함은 여전히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저자는 현장감 넘치는 에피소드식 이야기를 통해 리더-리더 모델로 가기 위해 집중해야 할 핵심 분야와 그 행동원리를 알려주고 실제 적용 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짚어준다. 한 명의 리더에게 권한을 집중시키고 있는 조직의 책임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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