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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0%만 먹을 수 있는 랍스터의 모든 것

입력
2020.06.27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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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용재 음식평론가가 토요일 격주로 식재료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은 아무도 몰랐던, 식재료를 제대로 대하는 법을 통해 음식의 기본을 이야기합니다.


바닷가재(랍스터)는 팔자가 몰라보게 좋아진 식재료이다. 비단 랍스터 뿐만 아니라 새우나 게 등 갑각류는 ‘바다의 곤충’이라 불릴 정도로 벌레를 닮았다. 그래서 맛을 알기 전까지는 징그럽다고 느낄 수 있고, 실제로 근대까지만 해도 사랑 받지 못하는 식재료였다. 미국의 주요 산지 가운데 한 주인 메사추세츠주에서는 18세기, 법으로 재소자의 바닷가재 급식 횟수를 제한할 정도였다. 주 2회 이상 재소자에게 랍스터를 먹이는 조치가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기록에 의하면 20㎏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한 랍스터도 흔히 잡혔던 시절이라고 하니 징그럽기가 만만치 않았으리라 추측된다.

비록 맛을 알고 접근하더라도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껍데기가 단단하고 게처럼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는 경우도 있어 ’갑각류’라는 명칭이 허언이 아님을 온몸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이런 껍데기를 헤치고 달디 단 살을 찾았더라도 즐거움은 노력에 비해 허무하도록 짧을 수 있다. 수율, 즉 가식부(살)와 비가식부(껍데기 등)의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철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가운데, 랍스터의 수율 평균은 20%이다. 450g짜리 한 마리를 산다면 먹을 수 있는 살이 90g 안팎으로 나온다는 계산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 한 줌이나 될까말까한 살의 달콤함이 특별하기에 랍스터는 이제 고급 식재료 대접을 받는다. 그런 가운데 우리에게도 미국 및 캐나다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빠르게 친숙해졌다. 2016년 보도에 의하면 2012년 미국과 협정을 맺은 이후 수입량이 4,900%나 늘어난 가운데 2015년 협정을 맺은 캐나다의 랍스터 지분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밥상에 랍스터가 올라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니 우리에게도 잘 대처할 명분이 생겼다. 결코 싸지 않으면서도 잘해봐야 전체의 20% 밖에 먹을 수 없는 식재료라면 어느날 문득 마트에 갔다가 랍스터를 사게 되더라도 고르기부터 손질 및 조리 요령까지 알아 두는 게 좋다.


랍스터 고르는 법

같은 크기라면 무거울수록, 배의 껍질이 진할수록 실한 랍스터다. 게티이미지뱅크

같은 크기라면 무거울수록, 배의 껍질이 진할수록 실한 랍스터다. 게티이미지뱅크


랍스터는 크기와 무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생기(혹은 성깔)의 두 범주로 나눠 고를 수 있다. 일단 같은 크기라면 무거운 랍스터가 더 나은 선택인데, 이는 허물 벗기와 관련이 있다. 다 자란 랍스터는 1년에 한 번 허물을 벗고 그 직전 시기에는 몸무게를 줄여 껍데기와 살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 따라서 허물을 벗기 직전의 랍스터는 같은 크기라도 살이 적으니 가볍다. 한편 약해진 껍데기를 깨고 나온 랍스터는 짧은 기간 동안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며 몸무게의 50~100%까지 바닷물을 흡수하니 역시 먹을 만한 상태가 아니다. 허물 벗기의 과정을 모두 거치고 껍데기가 단단해지는 동안 바닷가재는 어류부터 해양 식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살의 밀도를 높이니, 크기에 비해 무겁게 느껴져야 실하다. 또한 껍데기, 특히 배의 껍질이 진할 수록 열심히 먹어 실한 랍스터라는 방증이니 참고하자.

한편 억세 보이는 집게발이 암시하듯 랍스터는 기본적으로 육식 동물이며 심지어 자기들끼리 잡아 먹기도 한다. 따라서 생기가 있다 못해 성깔을 부리는 랍스터가 더 맛있다. 집게발 아래의 겨드랑이를 집어 들어 올렸을 때 몸을 오므리는 한편 집게발로 당장에라도 쥐어 뜯을 것처럼 성질을 내는 랍스터가 주눅이 들어 있거나 피곤해 보이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다.


랍스터 잡는 법

가정에서 랍스터를 조리할 때는 삶은 물에 통째 넣거나, 냉장고에 뒀다가 찌는 방법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정에서 랍스터를 조리할 때는 삶은 물에 통째 넣거나, 냉장고에 뒀다가 찌는 방법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살아 있다 못해 성깔을 부리는 랍스터를 사왔다면 어떻게 조리하는 게 좋을까. 맞다, 활 랍스터를 사왔다면 직접 목숨을 끊어야 한다.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면 이 사실은 만만치 않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정확하게 어디쯤의 근육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끔한 동물의 포장육이 유통되며, 찰나 직전까지 살아 있었던 생선의 회를 떠 사올 수 있는 편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동물의 처치법에 대해 잘 모른다.

따라서 내가 당장 수월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최대한 고통을 안기지 않고 랍스터의 목숨을 끊는 방법 같은 건 모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대형마트라면 활 랍스터를 고르면 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편리함도 좇고 목숨을 끊는 부담도 피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집에 가져오자마자 먹을 요량이 아니라면 맛이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살아 있는 랍스터를 사는 의미 자체를 반감시킬 수 있다. 또한 이런 경우라면 손질을 끝낸 냉동 제품-특히 꼬리-이 전 과정의 번거로움을 감안할 때 맛과 맞바꿀 수 있는 선택지이다.

이런 선택지를 배제하고 산 것을 직접 잡아 조리하겠다면 어떤 절차를 따르는 게 좋을까. 랍스터의 신경 체계가 과연 우리 인간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수준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는 의견이 갈리지만, 그와 별개로 인도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처치법은 몇 가지 있다.

가정 요리사에게 덜 부담스러운 순서대로 소개하자면 첫째, 머리부터 뜨거운 물에 담근다. 살아 있는 걸 뜨거운 물에 바로 집어 넣는다는 차원에서 꺼려질 수 있지만 삶아서 조리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으므로 가장 손쉽다. 둘째, 조리 직전 아주 차갑게 둔다. 랍스터는 원래 차가운 물에 사는 갑각류인지라 웬만큼 차가운 온도에서도 버틴다. 따라서 4℃ 이하, 즉 가정용 냉장고의 적정 온도에서 두어야 의식을 잃는다. 이런 상태에서 삶거나 쪄 갑자기 온도를 올리면 고통 없이 목숨을 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주 직접적이라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랍스터의 눈 뒤에 있는 틈에 식칼 끝을 꽂은 뒤 주둥이 방향으로 칼날을 내려 대가리를 반으로 쪼갠다. 신경절을 끊어 주므로 고통 없이 확실하게 랍스터의 목숨을 끊을 수 있다. 효율적인 조리를 위해 랍스터를 미리 손질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방법이 궁극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랍스터 조리법

랍스터의 꼬리 부분을 익힐 때는 내부 온도가 57℃가 넘지 않아야 살이 질겨지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랍스터의 꼬리 부분을 익힐 때는 내부 온도가 57℃가 넘지 않아야 살이 질겨지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랍스터를 잡는 단계까지 넘겼다면 이후로는 크게 어려운 일은 없다. 게나 새우가 그렇듯 바닷가재도 가장 단순한 조리법으로 금방 익혀 먹을 수 있다. 고전적으로 랍스터는 통째로 삶은 뒤 살을 발라 먹었지만 좀 더 섬세하게 미리 손질해 부위 별로 나눠 조리할 수도 있다.

롭스터의 가식부는 집게발 및 다리와 꼬리의 두 부분뿐이니 대가리에서 비틀어 떼어낸다. 이 두 부위는 살 덩어리의 부피가 다르므로 익는 속도도 다를 수 밖에 없으니 각각 조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찌든 삶든 먹는 이 마음 내키는 대로 조리할 수 있는 가운데 한 가지만 명심하자. 55~60℃사이에서 랍스터의 살이 질겨지는 효소가 활성화 되니 절대 오래 익히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는 회로도 즐길 수 있는 식재료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조리용 온도계를 쓴다면 내부 온도가 57℃를 넘기지 않도록 익힌다. 한편 꼬리살에 꼬치나 젓가락을 꿰어 익히면 둥글게 말리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덤으로 짚고 넘어가자. 나무 꼬치든 젓가락이든 두 점을 준비해 꼬리의 껍데기 바로 아랫부분의 살을 관통해 꿰면 된다.


랍스터 껍질 제거 및 먹는 요령


발라낸 살과 채소, 마요네즈에 버무려 샐러드를 만든 뒤 빵에 넣어 먹으면 요리가 완성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발라낸 살과 채소, 마요네즈에 버무려 샐러드를 만든 뒤 빵에 넣어 먹으면 요리가 완성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제 껍데기를 까는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 다 익은 랍스터를 다루기 쉽도록 흐르는 찬물에 씻어 조금 식힌다. 일단 꼬리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손아귀에 쥐고 살짝 힘을 주어 누른 뒤 배쪽에서 양쪽으로 벌리면 살이 통째로 떨어져 나온다. 집게발은 약간의 요령이 필요한데, 일단 움직이는 아랫쪽을 가볍게 비틀어 떼어낸 뒤 연골을 빼내고 살을 발라 낸다. 남은 큰 집게발은 도마에 올린 뒤 행주나 키친 타월로 덮고 칼등으로 한가운데를 가볍게 두어 번 쳐 주면 깨지니 그대로 갈라 살을 들어낸다. 집게가 달린 다리는 껍데기를 마디별로 쪼개면서 살살 달래면 살이 빠져 나오기도 하고, 아니라면 젓가락이나 이쑤시개로 살살 밀어내어 꺼낸다.

노력은 쓰고 그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잡아 익혀 발라낸 랍스터의 살은 달디 달다. 염도가 높은 바닷물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살이 워낙 달기에, 원래 140℃ 이상에서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반응하는 마이야르 반응이 삶거나 찌는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일어나는 덕분이다.

그래서 조리를 다 끝냈다면 이후 맛을 더하기 위해 뭔가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아래 소개하는 정제 버터로 단맛과 지방의 풍성함을 더해주는 정도면 충분하고, 조금 더 요리처럼 먹고 싶다면 셀러리나 오이 등을 약간 더해 마요네즈에 버무려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한편 살을 발라내고 남은 새우 껍질을 끓여 낸 국물로 짬뽕을 만들 듯, 집게 다리와 꼬리를 분리하고 남은 바닷가재 대가리와 다리로도 국물을 내 수프 등에 쓸 수 있다.


랍스터의 머리와 다리로 국물을 내 수프를 끓여도 풍미가 살아난다. 게티이미지뱅크

랍스터의 머리와 다리로 국물을 내 수프를 끓여도 풍미가 살아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제 버터 만드는 법


바닷가재의 단맛을 한층 돋워줄 정제 버터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정제(clarification)’라는 단어가 다소 거창해 보이지만 목표와 원리는 간단하다. 버터는 유지방과 기타 요소가 유화를 통해 결합되어 고체의 상태를 이루고 있다. 이런 버터에서 기타 요소, 즉 수분과 유고형분, 단백질 등을 분리해 순수한 유지방만 남기는 과정이 정제이다.

정제를 위해서는 일단 열을 가해 결합 상태를 깨트려야 하므로 원하는 양을 각 변이 2.5㎝쯤으로 깍둑 썬 뒤 작은 냄비에 담아 중약불에 올리거나 스테인리스 이외 재질의 내열 용기에 담아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이때 버터가 끓어 넘치지 않도록 강도를 ‘중’으로 조절해 녹인다.

녹은 버터를 10분 두었다가 표면의 유고형분을 숟가락으로 걷어낸 뒤 랩을 씌워 냉장실에 둔다. 4시간이상 지나면 표면에 유지방이 떠올라 굳으니 건져내 종이 행주로 물기를 닦아낸다. 과정을 다 읽고 나니 왠지 친숙하게 느껴진다면 맞다, 고깃국물에서 기름을 걷어내는 요령과 같다.

정제 버터는 랩으로 싸 냉장고에 두었다가 필요할 때 가스 혹은 전자레인지로 녹여 쓴다. 만약 시간과 수고스러움을 맞바꿔 좀 더 빨리 버터를 정제시키고 싶다면 옥수수 전분을 활용하는 요령도 있다. 버터 115g당 옥수수 전분 ½ 작은술을 더하면 녹으면서 후자가 전자의 수분 및 유고형분을 빨아들여 표면에 분리시킨다. 이를 종이 커피필터나 눈이 고운 조리용 면포를 받친 체에 거르면 그냥 끓이는 것보다 좀 더 빨리 버터를 정제할 수 있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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