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과 '화암사 회동' 놓고?
민주당 "장시간 허심탄회 대화"
통합당 "사진 찍으려는 목적"
국회는 24일 여야 원내 사령탑의 전날 산사(山寺) 회동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전격적인 국회 정상화의 낭보는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9일째 사찰 칩거를 이어오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복귀’를 예고했다.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과 대북 외교 관련 국정조사 요구를 앞세운 조건부 복귀다. 더불어민주당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한 원구성 최종 시한을 26일로 보고 있다. 마음이 다급한 여당과 격랑의 야당의 대치가 거듭되는 이번 주가 원구성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여야는 전날 ‘화암사 회동’에 대한 온도 차를 드러내며 종일 신경전을 벌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강원 고성군 화암사에 머무르던 주 원내대표를 찾아가 5시간 넘게 설득에 나섰고,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냉랭했던 분위기는 풀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시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고 큰 틀에서 국회 정상화와 3차 추경의 신속 처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다”며 “(주 원내대표가) 오로지 국민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2차 추경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소상공인 등의 버티기 기반을 강화하고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내용”이라며 통합당의 국회 등원을 거듭 압박했다.
반면 통합당은 전날 회동을 ‘민주당의 보여주기식 만남’으로 규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후에 낸 구두 입장문을 통해 “새로운 제안은 하나도 없고 단순히 나라를 위해 동참해 달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원내 관계자도 “민주당은 애초부터 사진을 찍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는 복귀한다’고 선언하고 이날 서울로 돌아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넘어진 그 땅을 딛고 다시 일어나겠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25일 국회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앞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정, 집권 여당의 폭거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또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이 정권의 실정을 국민 여러분께 그 민낯까지 낱낱이 알리겠다. 국민만 보고 싸우겠다”고 각오했다. 원내대표로의 복귀 여부는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회동의 효과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주 원내대표가 전격적으로 등원 결심을 굳힌 것은 전날 김 원내대표의 방문에 화답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 민주당 해석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사즉생의 투쟁’을 언급했기 때문에 여야간의 꼬인 실타래는 쉽게 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숫자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며 “국민은 안중에 없는 거대 여당의 폭주에 따른 국정 파탄 책임도 전적으로 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3차 추경 △정의연 관련 의혹 △대북외교 등을 대여 공세의 포인트로 지목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정의연 및 대북 외교 관련) 행정부 감시, 대통령 견제라는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라며 “재신임을 받으면 (대여)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직접 찾아 설득에 나서는 등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박 의장은 김 원내대표가 성사시킨 화암사 회동을 특별히 격려하면서도 “여야 합의”를 재차 당부했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은 더욱 녹록하지 않았다. 10분 만에 마무리 된 회동 직후 김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와 조속한 추경안 처리를 간곡하게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추경안 논의에 참여한다는 것이지, 긍정적으로 답변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달 내 3차 추경 처리를 목표로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 주 국회 정상화가 필수다. 하지만 박 의장의 협상 당부와 김 위원장의 거리 두기, 주 원내대표의 ‘사즉생 투쟁’ 예고 등이 맞물려 진통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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