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등록금 반환訴’ 전망은
전대넷 주도 소송 2700여명 참여
“저질 강의에 채무 불이행 등 적용”
대학측 고의나 과실 입증이 관건
전국 2,700여명의 대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업권 침해 등 책임을 물어 학교를 상대로 한 '등록금 반환 소송'에 나선다. 등록금을 감면해 달라는 잇따른 요구에도 학교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학교의 부실한 수업관리가 입증되면 등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24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대넷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가 주도하는 등록금 반환 소송에 소송인단으로 참여한 대학생은 전국 92개 대학에서 2,700여명에 달한다. 소송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 소속 6명의 변호사는 다음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낼 예정이다.
전대넷은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 감면 요구를 애써 무시하고 있으며 감면을 해주겠다는 곳들도 겨우 20만~30만원을 깎아 주겠다는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소송을 통해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소송 대리인단은 대면수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강의를 예상하고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들이 실제로 질이 떨어지는 원격수업을 들어야 했다면,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또 대면수업을 통한 실험실습, 시설 제공 등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 측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학교별 △계열별 △국공립ㆍ사립 등 기준에 따라 필요한 비율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교육부 측의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실제 등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대학 측의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한다. 부당이득이 인정되려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어야 하는데, 대면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시설 이용 등이 어려워진 것만으로 등록금 계약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학교가 실습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단지 코로나 때문에 기회가 줄어든 것이고, 인건비 등은 그대로 나가는 상황인 만큼 학교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학이나 정부에서 대안을 내놓을 필요는 있지만 법적으로 승소, 혹은 패소를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수원대 학생들이 강의 질을 문제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내 승소한 판결이 있기는 하다. 다만 수원대의 경우 학교가 등록금을 적립금 등으로 재단에 쌓아둔 불법행위가 있었던 만큼 코로나19 사태와 바로 연결시키기 어렵다.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책정이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고 명확한 반환 규정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변호인단은 코로나19를 틈타 최소한의 교육 기회도 제공하지 않은 학교들에게는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송대리인단 소속 박현서 변호사는 "원격수업 운영규정이 교육부 지침에 있는데도 과거 유튜브 강의 영상을 올리는 등 이마저 지키지 않은 대학들이 있다"며 "현저하게 강의 질이 떨어지는 학교들의 경우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만큼 소송 과정에서 구체적 사례들을 모아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통해 학교와 정부에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전다현 전대넷 공동의장은 "소송 자체도 중요하지만 등록금 반환에 대한 명확한 규정, 재난 사태에서 국가적으로 바로 내릴 수 있는 법조항 마련 등도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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