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ㆍ사생활 침해 등 피로 호소
'테레하라'ㆍ'리모하라' 등 신조어도 등장
직장 내 괴롭힘 소송 대비하는 보험까지
"나와 '온라인 회식'을 하고 싶어서 남아 있는 거지? (술을) 마실까?"
도쿄의 한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30대 여성은 화상회의를 마친 뒤 회의방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채 머물러 있다가 남성 상사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 상사는 "오늘은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군", "그 방에 지금 남자친구가 있나" 등의 말을 웃으며 반복했다. 이 여성은 "평소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사람이지만 화상회의를 하면서부터 잦아지고 있다"며 당시 느꼈던 분을 감추지 못했다.
24일 마이니치신문에 소개된 이 사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등장한 직장 내 괴롭힘의 단면이다. 일본에선 '테레하라' 또는 '리모하라'라는 말이 생길 만큼 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테레하라는 IT 장비를 활용한 재택근무라는 뜻의 텔레워크와 해러스먼트(harassmentㆍ괴롭힘)를, 리모하라는 리모트(remoteㆍ원격)와 해러스먼트를 각각 합성한 신조어다.
괴롭힘의 대상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는 30대 남성은 화상회의 도중 상사로부터 "아이가 시끄러우니 조용히 시키라"는 질책을 들었다. 이 남성은 재택근무 중인 부인에게 한 살배기 아기를 맡길 수 없어 결국 노트북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야 했다.
일본에선 근래 들어 재택근무 상황에서 직장 상사의 괴롭힘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서로 다른 공간에 있다 보니 상사가 보고서 제출을 자주 재촉하거나 근무시간 외에도 지시를 반복하는 사례가 많다. 상사의 메일 등에 답변이 늦으면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는 지적이 돌아오기도 한다. 마이니치는 "자택에 있으면 상사도 느슨해져 부하의 사생활에 개입하기 쉽다"면서 "일대일 화상회의는 주변의 시선이 미치지 않아 텔레하라가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보험회사들은 온라인 상의 직장 내 괴롭힘이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리스크임을 직시하고 발빠르게 관련 보험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도쿄카이죠니치도카사이보험은 재택근무 중 온라인으로 괴롭힘을 당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변호사비용이나 손해배상 충당 보상금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사원에게 재택근무용으로 제공한 노트북에서 정보가 유출될 경우에도 손해배상 비용을 보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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