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고우면하지 않는다. 목표가 정해지면 직접 뛰고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 끝을 본다.”
취임 50여일을 앞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바라보는 당심(黨心)은 이렇게 요약된다. 당 내부에서는 그의 스타일과 관련해 성과(performance)를 중시하고, 속도(pace)에 민감하며, 직접(personally) 움직인다는 점에서 ‘3p 리더십’을 꼽는다. 24일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를 두고 "하루 24시간 중 취침하는 4시간만 빼고 온통 일 생각 뿐”이라며 “언제 어떤 지시를 할 지 몰라 늘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의 만남은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는 ‘김태년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는 주 원내대표가 강원 고성의 화암사에 머무는 사실을 확인하자 좌고우면하지 않고 곧바로 내려갔다. 현장에서도 무려 5시간 동안 화엄사->음식점->카페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주 원내대표와 서로 ‘속내’를 확인하고 국회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과 고성간 왕복 420㎞ 거리의 ‘동서 횡단’을 한 이튿날인 이날도 오전부터 강행군이었다. 이번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최한 조찬 기도회가 시작이었다. 그마저도 30여분만에 일어나 일본 경제보복 대응책 논의를 위한 당ㆍ정 협의회에 참석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의 공개 일정은 6개, 비공개를 포함하면 하루 평균 10개 일정을 소화한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김 원내대표의 기치는 ‘야당 압박을 위해서가 아니라 김 원내대표의 성정이 원래 그렇다’는 게 민주당 내부의 평가다.
문재인 정부 4년차 국민이 납득할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도 크다. ‘협치에 소홀하다’는 비판보다 ‘176석을 얻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더 두려워한다. 과거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얻고도 당내 분열로 국정운영에 실패했던 ‘열린우리당’ 과오가 그의 반면교사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과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정책적 기틀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그를 이끄는 동인이다.
김 원내대표가 대권주자 등 ‘자리욕심’이 없다는 점도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속도와 성과에 집중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커지면 ‘레임덕’을 우려한 청와대나 당대표, 당내 대선주자의 견제가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 당청 관계에서는 그런 흐름이 감지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오히려 불필요한 논의를 과감히 삭제하는 김 원내대표의 스타일은 문제해결을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대표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가 사찰 칩거를 마치고 국회에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일단 ‘18개 상임위원장 독식’까지 감수했던 김 원내대표도 한숨을 돌리게 분위기다. 다만 ‘여당이 너무 밀어붙이기만 한다’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라’는 비판 여론이 여전해 여야 대치를 풀기에는 난망한 상황이다. 당장 이번 주말까지 원구성 협상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김 원내대표의 임기 초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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