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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규직화, 대부분 무기계약직 되거나 자회사 고용… "로또 취업 억울"

입력
2020.06.25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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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보안검색 직고용 후폭풍
실제 정규직 전환율 46% 그쳐
10명 중 8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자회사 고용 땐 임금 상승폭 낮아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2일 인천공항 보안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화 한다고 밝혔다. 뉴스1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2일 인천공항 보안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화 한다고 밝혔다. 뉴스1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대상이었지만 코레일 네트웍스에서 일하는 노동자 93%는 최저임금을 받습니다. 일부만 기간제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나머지는 기간제 계약직 그대로인 상황입니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 네트웍스의 서재유 지부장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대상 가운데 하나였던 코레일 네트웍스의 역무원, 여객매표원, 환경, 고객상담 업무를 하는 1,800명 중 1,600명은 최저임금을 받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고용상 신분이 바뀐것은 55~60세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 뿐"이라며 "기간제 운영규정에도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작년 말에도 기간제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로 5명이 해고되는 등 고용상태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1,900여명의 보안검색 직원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내 놓자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다니 로또 취업이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노동 핵심 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겉보기만큼 노동자의 처우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공정성 논란은 피할 수 없지만,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거나 자회사 직원으로 신분이 옮겨지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다.

24일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1단계 기관(중앙행정기관, 지방공기업, 지방자치단체) 정규직 전환 추진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인원은 19만3,252명이다. 이는 올해 말까지 목표한 전환인원 20만 5,000명(기관별 전환계획인원 17만 5,000명에 추가 전환여지 인원 3만명 합산)의 94.2%다.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된 듯 보이지만, 계획 당시 전체 비정규직 인원과 비교하면 전환율은 크지 않다. 정부가 계획을 세우던 2017년 6월말 기준 공공부문에 채용된 기간제 및 파견ㆍ용역 근로자는 총 41만5,602명이었다. 정부는 이중 9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시ㆍ지속업무를 맡은 근로자 31만5,832명을 전환대상으로 상정한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14만897명은 전환대상에서 제외된다. 60세 이상(5만4,000명)이거나 시간강사(3만3,000명)인 경우, 외부에서 초빙 가능한 전문직이거나 타 공공기관에 위탁가능한 경우, 산업수요 변화 등으로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등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실제 정규직 전환율은 절반(약 46%)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규직 전환의 질도 중요하다. 정부가 집계한 전환인원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합친 숫자다. 정규직 전환의 핵심이 고용안전성인 만큼 두 가지 경우를 모두 허용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사실상 비정규직 10명 중 8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노동연)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 평가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부문 853개 기관 중 430곳은 공공기관 내 기존 무기계약직 직제로 전환(70.4%)을 하거나, 새로운 무기계약직 직제를 신설해 전환(13.8%)을 했다.

또한 2019년 12월 기준 정규직 전환자의 75.9%는 기관에 직접 고용됐지만, 23.6%는 자회사를 세워서, 0.5%는 제3섹터 방식으로 전환했다. 노동연 조사에 따르면 어떤 방식이든 비정규직의 처우는 나아졌다. 하지만 직접고용 정규직의 경우 이전에 비해 월 급여가 16.1% 상승한 반면, 자회사 방식의 경우 상승폭은 12.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회사 고용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의 가장 큰 문제거리로 꼽혀왔다. 2005년 2년간 기간제 노동자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간제법이 통과된 후 급격히 간접 고용과 파견 고용이 늘어나 '위험의 외주화', 고용불안 문제가 불거진 것을 해결하고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작됐으나, 자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는 기존 문제를 해결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공성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실장은 "자회사는 회사의 주인이 민간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기존 문제가 답습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의 문제는 어느 직군을 직고용할지, 자회사를 둘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만들 당시 협상에 참여한 오민규 한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직고용 기준으로 10개월 이상 같은 업무를 하는 상시지속업무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에는 정규직 전환 대상 9,000여명 대부분이 해당됐지만 최종적으로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 훨씬 적은 인원이 대상이었다"라며 "이번에 직고용 대상이 된 청원경찰 1,900여명도 생명안전업무라는 이유로 직고용 대상이 됐는데 테러 발생 위험 등이 상존하는 인천공항에서 특정 업무만 생명안전업무라는 기준은 모호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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