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수용 위해 퇴원기준 완화했지만
경증환자 돌볼 생활치료센터는 장애물 많아
의료계 "집에서 돌보는 것도 고려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대비해 경증환자는 감염병 전담병원이 아닌 집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돌봐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고령 입원환자라도 증상이 사라졌다면 퇴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병원들이 중환자용 병상과 의료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방역당국도 이에 24일 퇴원기준을 완화해 무증상이 10일 지속되면 격리를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경증환자들을 수용할 생활치료센터를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하고 있다. 유행이 길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한편, 인력과 시설을 구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생활치료센터는 한때 대구ㆍ경북지역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만 16곳이 운영됐지만 대부분 운영이 종료됐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생활치료센터는 모두 5곳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시설을 제외하고 중앙정부가 마련한 시설은 3곳으로, 이 가운데 2곳은 지난주부터 시설을 정비해 곧 환자를 받을 예정이다. 시설 3곳의 정원은 370명이다.
생활치료센터를 추가로 확대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유행이 규모를 불리고, 해외유입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차 대유행'을 대비해 방역 수위를 올리고 중환자를 위한 병상 비우기 작업에 착수한 만큼, 경증환자를 대거 수용할 생활치료센터 확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생활치료센터 확대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경기 안성시에 설치된 정원 59명 규모의 외국인 환자 전용시설에는 이미 51명이 머물고 있다. 이마저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여기에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서는 환자 규모 변화에 따라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과 해제를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감염병 전담병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공병원들이 신종 코로나 이외의 환자들을 돌보도록 역할을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다. 중안본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안성시 시설의 대체지를 찾고 있다면서도 "논의 단계여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무자들에게 속사정을 들어보면 정부도 생활치료센터 확대 필요성에 적잖이 동조한다. 그러나 비용이 첫 번째 장애물이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하는 환자 1명당 대략 하루에 20만원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는 식대와 시설 임대료, 의료진 등 인력의 인건비가 포함된다. 환자 1명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가 퇴원하기까지 보통 400만~800만원의 비용이 지출된다. 이러한 비용은 일종의 비상금인 보건복지부 예비비에서 지출하고 있다.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다. 이미 문을 닫은 생활치료센터들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17곳에서 감염병 전문 의료진을 파견해 환자들을 관리했다. 생활치료센터 16곳에 파견된 의료진은 의사(318명) 간호사(245명) 간호조무사(134명) 방사선ㆍ임상병리사(23명) 등 720명에 달한다. 대구에서의 폭발적 유행을 감당하기 위한 이러한 비정상적 근무체계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고민이다.
당장 활용 가능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대구ㆍ경북에서는 한 지역에서 환자가 집중 발생하면서 사실상 폐쇄된 공공기관 또는 종교단체의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할 수 있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관계자는 “이제는 각지의 연수원들도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고 있어서 (생활치료센터로) 임대하기 어렵다”면서 “호텔 등의 시설은 비용 문제로 빌리기 힘들어 대유행이 일어난다면 어떤 시설을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환자를 집에서 돌보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부 시민과 언론은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의 권고가 무책임하다고 하지만 위험이 '제로(0)'가 되는 선택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중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면서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낮거나 이미 회복된 환자는 고령 환자라도 보호자가 있다면 집에서 돌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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