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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코로나 충격 1년 지속땐 76만 가구 돈줄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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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코로나 충격 1년 지속땐 76만 가구 돈줄 마른다"

입력
2020.06.24 11:38
수정
2020.06.24 20:33
1면
0 0

한국은행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가계대출 부실 110조원 이상" 경고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하는 실업과 자영업자 매출 감소로 파산 위기에 내몰릴 가계가 늘어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 충격’이 1년 간 지속될 경우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 가운데 돈줄이 마르는 가구가 대략 76만가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다. 기업들 역시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조차 내기 힘든 기업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1년 못 넘기는 적자 가구, 자영업 30만개 임금근로 46만개

24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는 현재 금융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에서 늘린 대출 때문에 금융시스템이 부담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가계와 기업의 부실 위험을 집중 점검했다.




한은은 가계의 경우 임금 근로자의 실업률 증가폭이 과거 외환위기 수준에 이르고 자영업자의 사업소득도 코로나19 확산 직후 신용카드 매출액 변동률만큼 감소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 결과 자영업 가구 가운데 1년을 못 넘기는 가구는 30만1,000개로 조사됐다. 적자 상태에 놓인 자영업 가구 중 대략 3분의1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는 셈이다. 임금근로 가구의 경우도 1년을 못 넘기는 가구는 45만8,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 가정에 따라 적자 상태로 1년을 못 넘기는 가구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를 추산하면 임금근로가구가 52조2,000억원, 자영업가구 59조1,000억원에 이른다. 1년 안에 대략 110조원 이상의 가계대출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한은은 “특히 금융자산이 적은 임시일용직 가구와 보유자산이 적은 자산 1분위 자영업 가구의 경우 단기간 내 부실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고용안정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자영업 금융지원 정책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공사는 이미 힘들고, 충격 더하면 소매업도



기업도 유동성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은이 외부감사 대상기업 2만693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지속으로 국내외 수요가 올해 내내 위축되는 ‘심각’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8%에서 올해 1.6%까지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지난해 3.7배에서 올해 1.1배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을 내서 이자도 못 내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도 50.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외감기업의 올해 유동성 부족 규모는 최대 5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로 보면, 이미 큰 충격을 입은 항공업은 사실상 올해 총 10조원을 넘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추가 코로나 확산 충격이 발생하는 ‘심각’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여가서비스(4조7,000억원) 숙박음식(4조5,000억원) 종합소매업(2조7,000억원) 등의 유동성 부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ㆍ기업 구하려 늘어난 대출, 장기화하면 부담”

한은은 대내외 충격이 커진다고 가정하더라도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을 유지하며 전반적인 복원력도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연체율이 일부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기업도 경영활동 위축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1.1%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12.3%포인트 올랐다.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안정지수(FSI)는 지난 4월 위기단계(22.3)까지 치솟았다가 5월에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주의단계(18.0)를 유지하고 있다. FSI지수는 한은이 월별 경제지표 20종을 합성 평가한 지수로 금융안정 수준을 안정ㆍ주의(8~22)ㆍ위기(22~100)로 구분한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민간으로의 적극적인 신용 공급이 가계와 기업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늘어난 대출이 금융시스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으로 경기 전망 불확실성이 크고 미ㆍ중 갈등 고조 등의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어 높은 수준의 경계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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