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다는 말로는 한참 모자라요. 이 절절한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꼭 맞는 단어가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
23일 만난 뮤지컬 디바 차지연(38)은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으려 했다. 갑상선 암으로 인한 9개월간의 공백, 곧이어 공연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한 기다림. 그토록 간절했던 무대가 마침내 열린다. 다음달 8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무대다. 차지연에겐 지난해 암으로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공연을 중도 하차한 뒤 1년여만의 뮤지컬 복귀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논란의 여인 명성황후를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여성'으로 재조명한 작품이다. '국모'가 아닌 '민자영'의 삶을 좇는다. 2013년 초연부터 참여했던 차지연은 그래서 이 작품이 더 각별하다.
예전엔 저돌적으로 임했다. "장면 장면마다 피를 토하듯" 연기했다. 그게 자신의 주무기라 믿었다. 2015년 마지막 공연 뒤 5년, 결혼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민자영의 험난한 삶이 와닿았다. “민자영도 저처럼 내 아이가 살아갈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스스로 잡은 포인트는 '연기'다. "치열한 연구에 따라 인물 표현이 달라지는 게 연기의 묘미"라며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했다. '디바 차지연'이라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노래 실력, 그러니까 MBC '복면가왕' 5연속 가왕이라는 타이틀이 일러주는 그 노래 실력은? "노래도 연기예요. 대사에 멜로디를 입혀서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아직 노래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괜한 엄살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유독 엄격해서다. 오죽하면 이지나 연출은 차지연을 두고 "외유내강도, 외강내유도 아니고 그저 외강강강, 내유유유유유"라 표현할 정도다. 차지연은 "때론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 덕에 나태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며 웃었다. 투병 이후 한결 편안해졌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도 조금씩 내려놓자고 결심했다. 차지연이 편안해지자, 아이까지 밝아졌다.
인터뷰 내내 차지연은 '멋있다’는 말을 자주 썼다. 멋있는 배우, 멋있는 무대, 멋있는 사람… ‘멋있다’는 건 “자기 길을 묵묵하게 간다”는 의미다. ‘노트르담 드 파리’ ‘아이다’ ‘광화문 연가’ 등 굵직한 무대를 호령한 관록의 배우 차지연은 이제 '멋있는 선배'를 고민 중이다. “어딘가에서 저 같은 모습을 꿈꾸고 있을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싶어요. ‘멋있게’ 나이 들어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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