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3000만원 번 개미, 소득세 200만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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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상장사인 A사의 주식 1억원어치를 사들였던 B씨는 A사의 주가가 30% 오르자 차익실현을 위해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았다. A씨가 주식을 팔아서 얻은 수익은 총 3,000만원. 현재 B씨가 내야 하는 세금은 주식 거래 대금(1억3,000만원)의 0.25%인 32만5,000원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수익에 대한 세금 체계가 바뀌는 2023년에는 증권거래세(0.15%) 19만5,000원과 양도소득세 200만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앞으로 주식과 펀드,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 체계가 완전히 바뀐다. 금융투자 상품이 생길 때 마다 덧대기 식으로 추가해 왔던 제도를 통합해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도입한다.

증권거래세가 지금보다 0.1%포인트 줄어드는 대신 주식에서 연간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보면 수익의 20~25%만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한번 손실을 보면 향후 3년간은 이익을 봐서 세금을 내야 할 때 이를 고려해주는 ‘이월공제’와 한 펀드에서 수익을 냈더라도 다른 펀드에서 손해를 보면 이를 다 더해서 세금을 계산하는 ‘손익통산’도 도입된다.

정부는 25일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금융투자소득 개념이 도입되는 것은 2022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 과세가 시행되는 것은 2023년부터다.

증권거래세 낮추고 양도세 대상 확대

이번 과세 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증권거래세를 낮추고 대신 현재 대주주들만 내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해도 증권거래세를 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정부도 '이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방향의 세제 개편을 모색해 왔다.

주식 양도소득 과세 변화자료 : 기획재정부

	2020년 4월~2021년 3월	2021년 4월~2022년	2023년 이후
과세 대상	특정 종목 지분 1%(금액 기준 10억원) 이상 보유	특정 종목 지분 1%(금액 기준 3억원) 이상 보유	전체 주식 양도차익 2,000만원 초과
세율	20~30%	20~30%	20~25%

주식 양도소득세는 2023년부터 '대주주 과세'에서 '전면 과세' 방식으로 바뀐다. 올해 기준으로는 특정 종목의 지분을 1%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금액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때만 세금을 매긴다. 내년 4월부터 2022년까지는 지분율 기준 1%는 유지하고 금액 기준만 3억원으로 낮춘다. 주식투자로 아무리 이익을 많이 얻어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를 해 특정 종목을 3억원어치 이상 보유하지만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주식을 팔았을 때 수익을 내면 세금을 내야 한다. 자산 보유 금액 기준이 아닌 주식을 팔아서 챙긴 차익 규모를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수익 2,000만원까지는 세금이 면제된다. 대신 수익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과세표준(수익에서 2,000만원을 뺀 금액)의 20%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표준이 3억원을 초과하는 순간부터는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대신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 시점인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현재 거래대금의 0.25%인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낮춘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 없이 농어촌특별세 0.15%만 걷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 0.15%를 걷는다. 만약 주식을 팔아서 2,000만원의 수익을 얻은 투자자라면 양도소득세는 내지 않고 증권거래세 부담은 17만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주식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 변화자료 : 기획재정부

양도소득	양도소득세
2,000만원	0원
3,000만원	200만원
5,000만원	600만원
1억원	1,600만원
3억2,000만원	6,000만원
3억5,000만원	6,750만원(6,000만원+3,000만원X25%)

정부는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에 따라 늘어나는 세수만큼 증권거래세를 낮추기 때문에 증세가 아닌 '세수중립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모든 투자자가 세금을 부담하는 반면 양도소득세는 일정 수준 이상 수익을 올린 투자자에게 세금이 집중되는 만큼 '부자증세'의 효과가 있다.

실제로 정부가 한국거래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 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 투자자는 전체 개인투자자(약 600만명)의 5%인 30만명 수준이다. 이들이 올린 수익이 전체 투자자 수익의 약 85%를 차지한다는 기재부의 설명이다.

올해 손해보면 내년엔 세금 감소

주식 시장이 안좋아 투자자가 손해를 보면 그 이후 3년간은 이익을 보더라도 세금을 매길때 이를 감안하는 이월공제 제도도 도입된다. 여러 주식을 팔아 이익과 손해를 동시에 봤다면 그 손익을 다 더해서 세금을 매긴다.

만약 2023년에 주식을 팔아 2,000만원의 손실을 본 뒤 2024년에 3,000만원씩 이익을 챙기는 경우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2024년에 올린 수익 3,000만원 중 2,000만원은 면제 되는 세금이고, 나머지 1,000만원은 2023년의 손실 중 1,000만원을 제한 것이다. 남은 1,000만원은 2025년이나 2026년에 활용하면 된다.

만약 각각의 주식마다 양도소득세를 적용할 경우 C주식에서 5,000만원 이익, D주식에서 3,000만원 손해를 보면 이익을 본 5,000만원에 대한 세금(6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C주식과 D주식의 이익과 손해를 다 더하면 2,000만원의 이익을 올린 것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같은 손익통산은 펀드끼리도 적용이 된다. 현재는 E펀드에서 800만원 손해를 보고 F펀드에서 1,000만원 이익을 보면 이익을 본 1,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매겨 투자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펀드에 대한 손익통산이 적용되는 2022년부터는 두 펀드의 손익을 더한 200만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