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복원에 관한 법적 규정을 강화해야”
17세기 대표 스페인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작품 ‘성모잉태화’가 비전문가에 의한 복원 과정 중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남동부 발렌시아의 한 수집가는 ‘성모잉태화’ 작품을 깨끗이 닦아내는 작업을 회화 복원 전문지식이 없는 한 가구 복원가에게 맡겼다. 복원 비용은 1,200유로(약 160만원)였다. 성모잉태화는 성모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는 모습을 그린 아름다운 작품이다.
하지만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림을 두 번이나 덧칠하면서 성모마리아의 아름다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그림 소유주는 뒤늦게 전문가를 찾아 복원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원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라고 유로 프레스는 전했다.
스페인의 엉터리 그림 복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스페인 보르하시에서 80대 성당 할머니가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 받는 100년 된 예수 벽화를 복원하면서 원작과는 딴판인 원숭이로 그려 놓아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스페인 언론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인 ‘에케 호모’ 벽화를 ‘이 원숭이를 보라’라고 바꿔 부르면서 세인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018년에는 스페인 에스텔라시 북부 성 미카엘 교회 안에 보존된 16세기 제작 성(聖) 조지 나무 조각상도 복원과정에서 본 모습을 잃어버렸다. 이 역시 교회 측의 요청으로 복원 전문가가 아닌 지역의 한 수공예 교사가 맡아 진행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도 카레라 갈리시아 문화재 복원학교 교수는 “스페인에서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면서 “스페인 법에 따르면 전문기술이 부족한 사람도 예술품 복원에 참여할 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페인 정치인들은 과거의 유적들을 지키기 위한 재정적 지원에 소홀하다”면서 “이를 사회적 어젠다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이들에게 관련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맡길 수 있게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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