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당사자는 검찰서 불기소 처분?
법원 "사회적 평가 깎아내릴만한 구체적 내용"
교회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린 교인들이 '사실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허위사실이라는 인식 없이 소문을 냈으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릴 만한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한모(76)씨와 이모(68)씨 등 2명에게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한씨는 2017년 1월 교회 모임에서 "A씨가 B씨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며 성추행했다"고 알렸다. 이씨는 교회 사람들이 참여한 메신저 대화방에서 같은 내용을 유포했다.
B씨가 2016년 12월 강제추행 혐의로 A씨를 고소 또는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서면을 교회와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가 없다며 A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방광수술을 받은 부위를 만져보라고 말로 한 행위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법원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재정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상황이 반전돼 한씨와 이씨가 A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씨 등은 공익을 위해 성추행 사실을 알린 것이라며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말을 퍼트려 A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공적 의사결정 절차의 일환으로 행동한 것도 아니며, 이후 교회 공동체의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당시 피해자로 알려진 B씨와 가해자로 알려진 A씨의 입장을 적절히 고려하여 좀더 신중히 처신하였어야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A씨에게 불리한 내용을 알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악의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반복적으로 범행하지도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한씨 등의 행위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공소사실과 달리 판단했다. B씨가 강제추행 피해사실을 공식적으로 문제삼은 상황에서 허위라는 인식을 갖고 소문을 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보다 형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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