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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사실 왜곡보다는 '매파' 관점서 철처히 재해석"

입력
2020.06.24 04:30
수정
2020.06.24 05: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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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판문점 회동 참석 요청 美 거절ㆍ합의 불명


방위비 협상서 '주한미군 철수' 언급된 적 없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고 있다.?워싱턴=APㆍ연합뉴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고 있다.?워싱턴=APㆍ연합뉴스


정식 출간도 되기 전에 전세계를 뒤흔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저서 ‘그 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한국 정부 역시 발끈했다. 과연 어디까지가 팩트일까.

23일 외교가와 외교안보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 회고록은 '일정 부분의 사실을 볼턴의 관점에서 해석해 썼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백악관은 이 책의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415곳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 장에서만 110여개 수정ㆍ삭제 요청이 있었다. 백악관은 특히 문장 삭제 요청과 함께 ‘내 의견으로는’ 또는 ‘알게 됐다’와 같은 표현을 추가하라고 했다. 책 내용이 미국 정부의 시각이 아니라 볼턴의 개인 주장임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관점의 차원에서 볼턴의 책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볼턴으로서는 회고록 출간이 복수심 또는 애국심, 자신이 옳았음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관점의 차이로 보이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회고록은 많은 참고자료 중 하나로, 추후 비밀 해제된 외교문서와 교차 확인을 하는 과정에 쓰이는 것이지 이 자체만으로 사실이라고 전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진실은

 가장 논란이 됐지만 대체로 팩트가 일치하는 대목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막전막후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대화를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플랜 B’ 준비 없이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한 가지 전략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황은 당시에도 대부분 공개됐던 내용이다.

하노이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결렬을 염두에 뒀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도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 맞을 수 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회담 직전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하노이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결렬 될 것이란 예측은 안 했었다”면서도 “당시 국내 정세 반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은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막전막후

회고록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미국 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요청을 세 차례나 거절했다. 이를 두고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사진촬영 기회에 자신을 넣으려는 노력”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1대1 만남을 선호한 것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이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서술 내용이 갈릴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문 대통령의 요청을 미국이 ‘거절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의견 교환을 한 것인지는 해석상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봤다. 게다가 볼턴 전 보좌관은 판문점 회동에 동행하지도 않았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한 상황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악의적 해석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한미군 철수로 한국을 압박했나?

 회고록에는 또 주한미군 철수 내용도 언급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 50억달러(약 6조665억원)를 받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 감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주장하면서 한국 측에 과도한 수치를 제시한 것도 언론 보도와 정부 확인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까지 진행된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내용이 직접 언급된 적은 없다고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은 말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둔 미군 철수 논의가 미 행정부 내부에서 오고 갔을 수는 있지만, 방위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온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과 철수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입장을 과잉 해석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 신뢰 깨버리는 부적절한 처사 "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아직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각국 정상들의 외교 뒷이야기를 공개한 볼턴 전 보좌관의 처사가 부적절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비공개를 전제로 했던 회담 내용이 이처럼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향후 미국과 진솔한 대화에 나서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준형 원장은 “외교적인 결례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도 비겁한 행위라는 게 미국 내 반응”이라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애초에 대통령 뜻에 반해 사표를 던졌거나, 대통령 탄핵 청문회 때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한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이익을 위해 폭로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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