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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의 '테넷', 코로나19시대 극장을 구할까

입력
2020.06.24 04:30
수정
2020.06.24 17:4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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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 시간의 마법사 놀런 감독

편집자주

좋아하는 감독, 좋아하는 배우를 영화 한편만으로는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영화와 저 영화를 연결지어 영화에 대한 여러분의 지식의 폭을 넓히고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자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테넷'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극장도 구해내야 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테넷'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극장도 구해내야 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미래를 바꾸는 멀티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여름 대작 ‘테넷’(7월말 개봉)을 소개하는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공식 설명이다. 관객을 되려 내쫓아낼 듯한 문장이다. 그럼에도 감독 이름을 보면 대체 뭐길래, 금세 호기심이 생긴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관객을 끌어들였던 감독이다. 

그래서일까. ‘테넷’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아직 없건만, 이 영화에는 '코로나19 시대 극장의 구원자가 될 것'이란 엄청난 기대가 드리워져있다. 저게 영화로 표현이 될까 싶은, '시간'을 소재로 기대 밖 흥행을 이끌어온 사람이  놀런 감독이니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데뷔작 '미행'. 모멘텀 필름 제공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데뷔작 '미행'. 모멘텀 필름 제공


놀런 감독의 데뷔작은 좀 의외다. 고작 6,000달러를 들여 만든 69분짜리 ‘미행’(1998). 주말에 짬을 내, 지인들 아파트를 빌려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1940년대 클래식 영화 같다.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무명 작가가 취미로 사람들을 미행하다 범죄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렸다. 16㎜ 흑백필름으로 촬영한 이 스릴러에는 할리우드 고전영화에 대한 경배, 아날로그에 대한 강한 동경이 스며있다.

‘미행’을 발판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놀런 감독의 첫 영화는 ‘메멘토’(2000)였다. 이 때부터 '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억이 10분 이상 가지 않는 레너드(가이 리치)를 내세워 레너드의 지난 삶에 감춰진 비밀을 들춘다.  레너드의 문신과 메모로 시간이란 퍼즐을 맞춰가는 이 영화는 앞으로 펼쳐질 ‘놀런 월드’의 예고편과도 같다.


영화 '인셉션'은 꿈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유를 다룬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인셉션'은 꿈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유를 다룬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시간의 굴절과 왜곡을 다룬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시간의 굴절과 왜곡을 다룬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범죄 스릴러, SF, 전쟁 영화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도 놀런 감독의 화두는 늘 시간이었다. 누군가 꿈에 침투, 생각의 씨앗을 심은 뒤 그 사람을 조종한다는 ‘인셉션’(2010)도 결국 시간의 영화다. 깨어있는 4분이 꿈속에선 1시간인 점을 이용해 갈등과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인터스텔라’(2014) 또한 시간의 굴절 또는 왜곡 문제를 다룬다. 2차세계대전을 다룬 ‘덩케르크’(2017)도 결국 같은 시간대를 다른 인물들 시선으로 다룬다. 

그런데 여기 반전이 있다. 시간을, 그것도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상상력으로 시간을 다룬다는  놀런 감독이건만, 정작 본인은 열렬한 아날로그 추종자다. 2020년에도 놀런 감독이 촬영 때 쓰는 건 여전히 70㎜필름이다. ‘테넷’에서 시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쓴 방법이라는게,  중고 747보잉기를 사다가 건물과 직접 충돌시키는 거였다 한다. 컴퓨터그래픽, 이런 건 잘 모르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론 휴대폰과 이메일도 잘 안 쓴다 한다. 

이 아날로그스러운 놀란 감독이 코로나19 시대에 보여줄 시간의 마법은 무엇일까. 그의 마법은 극장을 구원할 수 있을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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