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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오히려 불공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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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오히려 불공정하다?

입력
2020.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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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레터] 신규채용 감소 우려에 공사 "관계없다" 선 긋기
SNS선 "토익 990점도 힘든 정규직인데…알바로 들어와 5천만원?"
형평성 논란 실상은…별도 임금체계로 평균 임금 3.7% 인상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노조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통령 약속이행, 차별, 해고위협중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노조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통령 약속이행, 차별, 해고위협중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에게 한국도로공사 및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빅(Big)3'로 불리며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곳이죠.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12일 첫 공식일정으로 이곳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를 선언했는데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2일 인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소속이던 1,900여명의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등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 대통령이 출마하며 내걸었던 표어죠.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 역시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추진해왔는데요. 오는 30일 여객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은 물론 공항소방대 211명과 야생동물 통제 30명까지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공항운영 2,423명, 공항시설·시스템 3,490명, 보안경비 1,729명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요.

인천공항공사가 총 9,785명의 정규직화를 결정하면서 문 대통령 방문 이후 했던 약속을 결국 지킨 셈입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대체로 따갑기만 한데요. 특히 취준생·직장인 커뮤니티를 위주로 논란이 일고 있죠. 우려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 정규직이 늘어나면서 고정 인건비도 증가해 신규 채용이 감소하는 것 아니냐. 둘째, 공채를 거쳐 입사한 정규직과 이번엔 정규직으로 전환될 비정규직의 입사 자격 요건이 엄연히 다른데 똑같은 대우를 받는 정규직이 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고정인건비 상승으로 신규채용 감소한다?

2020년 상반기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 응시생들이 14일 서울시내 한 대학에서 고사장 입실 전 체온 측정을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2020년 상반기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 응시생들이 14일 서울시내 한 대학에서 고사장 입실 전 체온 측정을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먼저 신규채용 감소 전망은 결국 인천공항공사 인력이 비대화되면서 재정건전성이 떨어지면 이후 신입 공개경쟁 채용 인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나오는 것인데요. 실제로 이번 결정으로 올해 1분기 기준 공사 일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합친 인원인 1,700여명보다 많은 총 2,143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서 몸집도 2배 이상 커지게 됐죠. 이로 인한 비용 증가에 대한 걱정입니다.

온라인에선 "정규직 전환시 늘어나는 고정인건비로 당장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이 뻔한데 2030은 나가죽으라는 것이냐"(오****), "가뜩이나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있는데 채용을 제대로 할지 모르겠다"(나****), "현정부는 20대를 철저히 포기했다"(꿀****), "공기업은 임금총액 상한이 있어 이번에 전환된 사람들 호봉과 복리후생 혜택을 정규직과 동일 수준으로 맞춰주다 보면 신규채용이 어려워질 것"(시****)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죠.

이번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이 앞으로의 신규채용 인원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공사 측에서는 24일 한국일보에 서면 답변을 통해 "신규채용 인원과는 관계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보안검색 요원, 공항소방대, 야생동물 통제 직원은 기존 사무직, 건축·토목 등 기술분야, 교통·도시계획 등 전문분야 등과는 업무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신규채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는 총액인건비 제도가 있죠. 인력, 수당 등을 한정된 총액 예산 안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건데요. 준수 여부가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되죠. 취업준비생들이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공사 측에서는 정규직 직원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 여부와 그 규모,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존 직원의 임금·복지 수준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서는 추가된 인원에 대한 비용을 충당해야 할 텐데요. 추후 정부와 공사의 예산증액 여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기회의 평등 아닌 결과의 평등? 정규직 공채와 형평성 논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해당화실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자 기자회견장 앞에 있던 공사 노조원들이 '노동자 배제한 정규직 전환 즉각 중단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해당화실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자 기자회견장 앞에 있던 공사 노조원들이 '노동자 배제한 정규직 전환 즉각 중단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다음으로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는데요.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공사의 일반직 5급 신입직원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사무·기술·전문 분야에서 총 70명을 뽑는 것으로 예정돼있습니다. 응시자격 중 공인어학성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토익(TOEIC)을 기준으로 봤을 때 800점 이상이어야 지원이 가능한데요. 아울러 가산점을 주는 우대대상으로 지역인재 등 외에 각종 자격증과 어학성적이 포함돼있죠.

전형절차 또한 험난합니다. 서류, 필기(직업기초능력평가·직무수행능력평가·인성검사), AI 면접(직무적합도 등 자택 화상면접), 1차면접(직무 상황·영어 등 역량면접), 2차 면접(인문학 논술·주제발표 포함 심층면접)을 거치고 난 뒤 신원조회 및 신체검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아야 최종합격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르바이트 취업포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협력업체 보안검색 요원의 지원자격은 고졸 이상, 경력 무관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예산 기준 인천공항공사 신입사원 초임은 4,589만원입니다.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 요원의 평균 연봉은 3,500만원 가량인데요. 온라인에서는 "22살에 아르바이트로 보안검색 요원 들어와 월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만원 소리 질러! 명문대 나와서 뭐하냐" 등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메시지 캡처 사진 등도 나돌았어요. 험난한 전형을 뚫고 뽑힌 정규직이 억울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거세진 이유죠.

일부 "보안 관련 업무인데 정규직이 아니었던 것이 더 이상하다"(당****) 등의 목소리도 있지만 "인천공항공사 사무직은 토익 990점에 가산점은 최고치, 지방인재도 토익 980점 이상, 기술직도 토익 900점 이상에 기사자격증 있어야 붙는 곳이었는데 1,900명을 그냥 꽂아줬다"(인****), "시위한다고 전환시키는 게 아니라 절차적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게 시험을 보고 선발하면 누가 반대하겠나"(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이 결과의 평등, 결과의 공정이 돼서는 안 된다"(J****) 등의 의견이 다수입니다.

연봉 3.7% 인상·동일 복리후생…공사 "직무 특성 따른 별도 임금체계"

청와대 홈페이지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홈페이지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그만해달라'는 취지의 청원글은 22일 올라온지 이틀만에 18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는데요. 청원인은 "아르바이트처럼 기간제를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는데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빼앗게 해주는 게 평등이냐"라며 "사무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 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이 공평한것인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인천공항공사는 본래 항공산업과 부동산임대업 업종 특성상 무기를 소지한 특수경비원을 직고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안검색 요원들을 우선 공사가 아닌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우선 채용할 예정이었는데요. 보안검색 요원 측 노조는 즉각 직고용을 요구, 공사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공공기관 전체 파견·용역 전환인원의 9.3%를 차지하는 단일기관 최대 사업장으로서 직고용률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전환해 공사에 정규직 고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죠.

하지만 기존 보안검색 요원 모두가 바로 전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7년 5월 12일 공사의 정규직 전환 선언을 기점으로 그 이전 입사자들은 서류전형, 인성검사, 적격심사, 면접을 통해 직고용하기로 하면서 대부분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선언 이후 입사자인 30~40%는 기존 보안검색 요원 외에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공개경쟁 방식을 거쳐 채용됩니다. 필기전형(NCS/직무지식)도 거치고요. 형식적 절차가 아닌 이상 상당수 탈락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아울러 임금 또한 기존 공사의 정규직 직원과 동일하게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공사 측은 "직고용 대상자들은 기존 공사 일반 직원과 수행 직무가 달라 노·사·전문가 협의회 합의에 따라 공사 일반직과 구분되는 직무 특성에 따른 별도의 임금체계를 적용할 예정"이라며 "이에 따른 형평성 논란은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전환으로 보안검색 요원 평균 연봉에서는 3.7% 정도 인상된다고 하는데요. 현재 자회사에 임시편제돼있는 3,850만원 수준으로 동일하게 설계·운영할 예정입니다. '아르바이트로 들어와 연봉 5,000만원을 받는다'는 온라인에 떠도는 일부의 주장과는 다른 부분이죠. 다만 복리후생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2020년 예산 기준 급여성 복리후생비는 일반 정규직은 306만원, 무기계약직은 532만원으로 예정돼 있고요.

기존 정규직도, 전환 대상자도 내부 반대 여론…공사 "차질없이 추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원들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해당화실에서 열린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관련 기자회견 입장을 막아서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원들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해당화실에서 열린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관련 기자회견 입장을 막아서고 있다. 뉴시스

내부적으로는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데요. 22일 오후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직접 발표한 기자회견 자리에는 정작 전환대상자인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노조원들이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7년 5월 선언 이후 당초 6개월에서 1년 안에 정규직화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3년에 걸쳐 논쟁이 벌어지면서 보안검색 요원 관련 노조도 가장 규모가 큰 보안검색 노조 외 보안검색운영 노조, 보안검색서비스 노조, 항공보안 노조 등 4개로 늘어났고 각기 입장이 달라 부딪히는  혼란한 상황이죠.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역시 조직 비대화와 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공항공사 노조 측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올해 수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청원경찰 등 정규직화로 인한 추가 비용 투입이 합리적인 판단이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죠. 공항공사 노조는 반차를 내고 투쟁에 나서거나 퇴근 후 집회를 벌이는 등 항의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인천공항공사 측은 대응책을 부심하고 있습니다. 공사 측은 전환 대상자들의 고용안정 요구와 관련해 "정부 가이드라인 및 노·사·정 협의회 합의에 따라 2017년 5월 12일 이후 전환 대상자는 공개경쟁채용 등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되, 기존 재직자 탈락 우려에 대해서는 추가 취업기회 제공 등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 밝혔는데요. 아울러 정규직 노조를 포함해 노조별 요구가 다른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필요하다면 관련 노동단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기존 합의를 준수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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