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아닌 '호텔식 요양원' 짓기 위한 도로확장...주민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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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아닌 '호텔식 요양원' 짓기 위한 도로확장...주민들 반대

입력
2020.06.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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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나눔의집 진입로 확장 계획에 주민 '반기'
"할머니 위한 확장인 척 하더니 요양원 위한 확장"
주민들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실력행사 예고
"절대 동의할 수 없으며 실력행사해서 막을 것"
시 "우회도로 개설, 주민동의 얻어 추진할 것"

23일 오전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인 나눔의  집 진입로에 차량 한대가 지나가고 있다. 진입로는 차량 교행이 안돼 시는 확장공사를 계획했지만 원당2리 마을주민들은 '호텔식 요양원'을 짓기 위한 확장이라며 반대하고 있다.임명수 기자 


“할머니들을 위한 게 아니라 결국, 자기들 고급 요양원 진입로를 만들려고 했던 거네요."

23일 오전 경기 광주시 원당2리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광주시와 나눔의 집 측이 최근 몇 년 새 마을안길(나눔의 집 진입로) 확장에 목을 맨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가 올해 83세고, 여기서 32년 넘게 살면서 광주시에 낸 민원이 몇 개인데, 늘 외면하던 시가 주민들이 싫다는 마을길 확장에 왜 나서는지  몰랐다”며 “호들갑을 떤 이유가 다른 데 있었다”고 혀를 찼다.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 진입로 확장 문제를 놓고 시와 지역주민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나눔의 집이 후원금 사용처 문제로 논란이 이는데다 ‘100실 규모의 호텔식요양원을 짓겠다’는 시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당2리 마을에서 만난  한 주부(47)는 "시가 할머니들을 위한 것인양 하더니 결국 호텔식요양원을 짓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며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반대했지만 요양원 건립 계획이 확인된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인 나눔의  집이 있는 원당2리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도로확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주민들은 도로확장이 할머니들을 위한 것이 아닌 '호텔식 요양원'을 짓기 위한 확장이라며 반대하고 있다.임명수 기자

앞서 지난 2018년 광주시는  지방도 325호선에서 나눔의 집까지 900m구간의 도로 폭을 기존 3~4m에서 6m로 넓히는 확장 공사를 계획했다. 국비(특별교부세) 19억원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도로를 확장하면 공장 등이 우후죽순 들어와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이 때문에 도로는 마을 중간 지점(가새골길 39) 다리 위쪽에서 나눔의 집까지만 확장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시는 최근 해당 도로를 그대로 두고, 우회도로를  만들어 ‘ㅁ’자 모양의 일방통행로 설치 계획을 세웠다. 해당 구간의 3개 필지 가운데 1개 필지는 토지주와 매매 계약을 맺었고 2개 필지는 매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나눔의 집 후원금 용처 논란이 일었고,  100실 규모의 호텔식 요양원 건립 계획까지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커졌다.

이들은 마을입구와 마을회관, 나눔의 집 입구 등에 ‘나눔의집 진입도로 확장/우회 반대, 호텔식(영리) 요양원 설립 반대’, ‘나눔의 집 후원금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써라. 나눔의 집 공익제보자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인 나눔의  집 진입로의 당초 도로확장 계획안(초록색 선)과 새롭게 추진된 우회도로(분홍색 선) 모습. 노란색 원안 2번은 마을회관 위치다. 임명수 기자 

이태근 원당2리 이장은 “시의 도로 확장 계획에 주민들은 공장 난립을 우려했지만, 정작 시는 ‘호화 요양원’을 놓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라며 “주민 95% 이상이 절대 반대하고 있는 만큼, 주민 동의 없이 도로 확장을 강행할 경우 차량 진입을 막는 등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사업비를 확보한 이상 도로를 만들어야 하고, 도로 폭을 6m에서 4m로 줄일 것"이라며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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