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SEC위원장 검찰행에 수사독립성 훼손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인사 수사에 앞장서온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이 해임된 후 후임으로 제이 클레이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낙점되자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해상충으로 인한 수사 독립성 훼손 우려에 더해 전문성 잡음까지 일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19일 버먼 지검장 후임으로 클레이턴 SEC 위원장을 지명한 뒤 철회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뉴욕 남부지검은 금융범죄 수사로 명성을 얻은 검찰 핵심 요직이다. 법무부 산하 93개 연방지검 중 수사 독립성도 가장 높다. 버먼 전 지검장은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공화당 인사임에도 불구, 백악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권력형 비리를 소신껏 수사하다 낙마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문제는 후임자가 현직 SEC 위원장이라는 점이다. 증권 범죄와 경제 부패를 조사하는 독립 감독관청이자 준사법기관인 SEC 수장이 트럼프 재단의 선거자금법 위반 등을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당연히 수사 독립성이 침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클레이턴은 지명 다음날인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즐길만큼 가까운 사이여서 트럼프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전문성과 자질도 논란거리다. SEC 집행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SEC에서 민사소송만 다뤄온 클레이턴이 검찰로 이동해 형사사건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SEC 내부에서도 "'정치적 격랑'이 예상되는 한복판에 들어선 클레이턴에 대한 '배신감'이 든다"며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역시 여야 가릴 것 없이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0일 트위터를 통해 "클레이턴이 트럼프의 뻔뻔한 수사 개입 음모에 이용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면서 칼날 검증을 예고했다. 공화당 중진이자 트럼프 측근 그룹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마저 "(클레이턴 지명은) 상원의 자문을 받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