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씽크ㆍ위메프 등 유통ㆍ소비업체
"기업은 재고 처분, 소비자엔 저렴"
해외상품 수입업체 A사는 올 초 아이스크림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판로를 찾지 못했는데, 임대한 냉동창고를 24시간 가동하면서 보관하느라 비용만 늘었다. A사의 이런 고충은 재고전문업체 ‘리씽크’를 만나 해소됐다. 리씽크는 A사의 아이스크림 재고를 사들여 자사 온라인몰에서 한 개 가격에 한 박스(20~24개입)를 주는 파격 행사를 열었다. 덕분에 A사는 재고의 50% 이상을 소진하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국내외 경기 불황 속에 유통업계 재고 시장이 때 아닌 활기를 띄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선 창고에 쌓아뒀던 물량 처분으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거진 재고 문제는 각 기업들에게 유동성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선 지난해 국내 상장 기업의 평균 재고자산은 99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재고가 얼마나 빨리 팔렸는지를 뜻하는 재고자산회전율은 11.5로, 2017년 14.3, 2018년 13.0에 이어 여전히 감소 추세다.
이 가운데 효율적인 재고 처리로 불황 탈출에 나선 유통업계가 주목 받고 있다. 리씽크의 경우, 제휴사인 130여개 기업에게 재고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 재고 상품을 저렴하게 다량 매입한 뒤 온라인에서 판매, 배송하는 방식이 리씽의 주된 영업 전략이다. 경우에 따라선 자사 온라인몰에 해당 상품을 올려 대신 주문을 받아주기도 한다. 가전제품과 의류, 신발 등 다양한 품목을 많게는 90%대까지 할인해 내놓고, 식품이나 화장품 등 유통기한이 임박해 곧 재고가 될 상품도 같은 방식으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리씽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신상품 재고의 경우 원가 대비 평균 30%, 유통기한 임박 상품은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인 위메프에선 '리퍼브' 상품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매장에 진열됐던 모델이나 소비자의 단순 변심 또는 미세 결함으로 반납된 상품을 수리한 ‘리퍼브’ 제품은 요즘 히트상품이다. 실제 위메프의 올 4, 5월 리퍼브 상품 거래액이 재작년 같은 기간의 5배가량 증가했다. 취급 상품 수도 2년 전보다 14배가 늘어 현재 1만개에 달한다. 위메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리퍼브 상품이 새 제품과 중고 제품 사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급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가전과 가구 같은 대형 고가 품목의 리퍼브 상품을 판매하는 ‘올랜드’와 손 잡고, 지난 5일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경기 이천점 내에 올랜드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선 모델하우스에 전시됐던 TV나 냉장고, 인터넷을 통해 반품된 식탁이나 소파 등을 재가공, 재포장한 뒤 대폭 할인해 내놓고 있다. 앞서 롯데몰 광명점, 롯데아웃렛 광교점과 파주점에 각각 문을 연 리씽크, 프라이스홀릭 리퍼브 매장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시장이 침체에 빠진 2, 3월에도 한 달 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박종훈 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는 “좋은 브랜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에서 고객뿐 아니라 업계도 리퍼브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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