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서 혼성그룹 결성
방송서 나온 노래들 차트 역주행
"B급 코드로 자기 콘텐츠 만들어"
'싹쓰리'가 심상치 않다. 아직 제대로 된 음원 하나 내놓은 게 없는데 정말 다 싹쓸이할 분위기다.
22일 방송계에 따르면 김태호PD가 다시 한번 가요기획자로서 재능을 뽐내고 있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음악 예능에 각별한 재능을 보여 온 김 PD의 감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싹쓰리'는 김 PD가 연출하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혼성 프로젝트 그룹이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가수 이효리와 비가 결합했다.
‘싹쓰리’ 열풍은 음원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아직 공식 음원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효리가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가수 블루의 ‘다운타운 베이비’를 부른 뒤 이 노래는 국내 양대 음원 서비스 업체인 멜론과 지니에서 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발매된 지 2년 7개월이 지난 노래가 차트를 역주행한 것이다. 이외에도 프로그램에서 거론되는 옛 가수, 노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싹쓰리'가 부를 노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데모곡 형태로 제시된 ‘그 여름을 틀어줘’ ‘다시 여름 바닷가’ 등의 곡들도 인기다. '싹쓰리'에 쏟아지는 인기 덕에 프로그램 시청률도 반등에 성공했다.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은 지난 2월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음반 제작, 공연 기획 등은 김 PD가 ‘무한도전’ 시절부터 재능을 보여온 분야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로 시작된 '무한도전 가요제'는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자유로 가요제, 영동도속도로 가요제까지, 모두 다섯 차례 이어졌다. 출연진과 가수의 협업무대를 통해 ‘냉면’ ‘말하는 대로’ 같은 히트곡이 나왔다. 여기에 참여한 혁오, 장미여관 같은 인디 밴드들은 스타덤에 올랐다.
정점은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다 불러낸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토토가)’였다. 단순히 그 시절 노래에 대한 향수를 넘어 대중음악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으며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일으켰다. 팬들이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젝스키스와 H.O.T.의 재결성도 김 PD의 작품이었다. 올해 초에는‘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재석을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시키며 트로트 붐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김 PD의 강점으로는 '의외로 넓은 관심의 폭'이 꼽힌다. 이건 예상과 좀 다르다. 김PD는 이번에 '싹쓰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사가 하나하나 잘 들리는 1990년대 댄스 음악에 대한 욕구”를 언급했다. 코로나19사태 빼앗긴 즐거움을 되찾는데는 흥겹고 간결한 1990년대 댄스음악만 한 게 없다는 얘기다. '토토가' 신드롬까지 떠올려보면 김PD는 1990년대 댄스음악에 절대적으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요계 평가는 좀 다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김 PD가 1990년대 음악에 관심있는 것 같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디 밴드나 젊은 프로듀서, 트로트 음악까지 다양한 요소, 최근 흥행 트렌드 같은 것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싹쓰리'만 해도 이들이 부를 노래를 고르는 과정에서 등장한 박문치, 코드 쿤스트 같은 신진 작곡가ㆍ프로듀서들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댄스음악이 아니라 젊은 감각, 요즘 감각까지 재해석한 1990년대 댄스음악이라는 얘기다. 이걸 혼성그룹 세 멤버의 음악적 취향과 성향을 통해 자연스레 드러내는 방식이다. 비를 통해 ‘깡’ 밈 유행은 물론, 그룹명을 ‘싹쓰리’로 정하는 과정에서 유튜브까지 끌어들인 것도 한 예다.
정덕현 대중음악 평론가는 “김 PD의 장점은 음악 트렌드에 대해 예민할 뿐 아니라 새로운 경향에도 해박하다는 것”이라며 “트로트도 그냥 유행에 올라타기보다 'B급 코드'로 자신만의 해석과 색깔을 더해 유산슬을 성공시킨 것처럼 '싹쓰리'도 그런 과정을 거쳐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어서 그 파괴력이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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