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용 병상 546 중 333개가 이미 사용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서 입퇴원 기준을 바꿔야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권고를 내놨다. 중앙임상위원회는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참가해 치료 가이드라인(권고안)을 만들고 보급하는 조직이다. 중앙임상위는 "현재의 병상 입퇴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대구경북에서 경험한 병상부족 사태는 (수도권에서도) 피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임상위원회는 21일 기자회견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이러한 내용의 권고안을 공개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사실상의 퇴원기준인 격리해제 기준을 24시간 간격으로 유전자 검사(PCR)를 실시해 두 차례 연속 음성 판정을 받는 것으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치료를 마쳤거나 경증이어서 의학적 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도 유전자 검사에서 바이러스 조각이 나타나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어 퇴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병상에 머물면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곧 수도권에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중앙임상위 권고에 나타나 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 위원장(서울대 교수)은 "경증 환자 50명을 퇴원시켜 남는 병상에 중환자를 받으면 500명을 치료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병상 현황에 따르면 20일 기준 전국 음압병상 1,986개 가운데 중환자용 병상은 546개이며 이미 333개가 사용 중이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은 115개뿐이다. 일반 병상은 1,440개이며 사용 중인 병상 656개를 제외하면 확진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은 634개다. 중앙의료원은 중앙임상위가 수집한 전국 55개 의료기관 3,060명 신종 코로나 환자 가운데 18세 이상 성인이면서 4주간 임상경과가 확인된 1,309명의 임상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위험도가 낮은 환자의 경우 입원 퇴원 기준을 바꾸는 것만으로 입원 일수를 5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임상위는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낮은 환자는 재택 또는 생활치료시설에 전원시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굳이 의료기관에서 돌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중앙임상위가 전국에서 수집한 임상사례 가운데 50세 미만 성인 환자에게서 산소 치료를 중단한지 3일 이상 경과한 환자가 다시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입원 이후 퇴원기준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임상위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와 달리 장기화하는 판데믹 상황에서 국내의료체계 붕괴를 막기위해서는 방역의 격리해제 기준을 만족하지 않더라도 의학적으로 퇴원이 가능하면 자가격리 또는 생활치료센터 전원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또 "확진자 발생 수에 따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과 해제를 반복하는 것은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없고, 특히 코로나19 외 응급환자 또는 건강취약계층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떨어트려 이들의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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