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달래기 전략' 나서고, 야당은 '삼고초려'
‘칩거 → 삼고초려 → 국면 → 위기 돌파’
정치권에서 정국 경색 타개를 위한 ‘칩거의 법칙’은 보통 이 같은 수순을 밟는다. 일면 상황 회피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불리한 판을 바꿀 수 있는 회심의 전략으로 활용 되기도 한다.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둘러싸고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전국의 사찰을 돌며 칩거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 이에 반발해 원내대표직 사의 의사를 밝힌 주 원내대표는 충남 아산 현충사, 전남 구례 화엄사, 경북 울진 불영사, 충북 보은의 법주사 등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일주일 가까이 ‘칩거’를 이어갔다. 그의 공백이 길어지자 주말 동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의 ‘삼고초려’에 나섰다.
20일 오후 김 비대위원장은 법주사에서 주 원내대표를 만났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올바른 정국 운영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전했다. 이날 오전에는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이 부친의 49재를 맞아 불영사에 머물고 있는 주 원내대표를 찾아 “독선적인 여당의 모습을 국민도 알 테니 이제 복귀해달라”는 취지의 김 비대위원장의 말을 전하면서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주 원내내표가 복귀 의사를 내비치지 않자 법주사로 거취를 옮긴 그를 따라 김 위원장이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이다.
통합당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침묵이 길어질 경우 또 다시 '발목잡는 야당'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일단 여의도로 복귀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주 원내대표도 21일 국회 복귀로 마음을 굳혔다.
19일 본회의를 연기하는데 동의한 민주당도 통합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 원내대표 달래기’ 에 집중했다. 당초 민주당은 통합당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남은 12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해 원 구성을 마무리 짓겠다는 강경론을 고수했다. 하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의 본회의 연기를 계기로 민주당도 전략을 바꾸는 분위기다. 우선 민주당은 예결위ㆍ국토위ㆍ정무위 등 ‘알짜’ 위원장 자리를 통합당에 넘기는 가(假)합의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채찍보다는 당근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분간 주 원내대표를 자극할 수 있는 메시지를 자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초유의 안보위기를 맞아 ‘조건 없는 등원’ 논리도 펴고 있다. 통합당 일각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