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전부, 통일부 유감 표명에도 “계획대로”
文대통령 얼굴 비방 전단에 '담배꽁초' 더미
“대남(對南)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는 정부의 촉구에 아랑곳없이 북한은 “계획대로 살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강경한 입장에 정부는 통일부 차원에서만 대응하는 것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동시에 장ㆍ단기적인 대북 전략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21일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 보복 전단 살포 투쟁은 그 어떤 합의나 원칙에 구속되거나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재삼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이 전단 대량 살포 계획을 세운 데 대해 통일부가 20일 “매우 유감”이라며 중단을 촉구했지만, 수용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담화엔 “삐라(전단)살포가 북남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 뿐더러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는 부분도 담겼다. 이는 1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북한이 공언했던 대로 9ㆍ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노동신문은 이날 정세 해설 기사에서도 “남조선(남한) 당국의 배신 행위로 북남 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지 오래”라고 썼다.
북한군의 소규모 군사 동향도 계속 감지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소대 규모 이하 병력을 투입, 수풀 제거, 진입로 보수 및 개척 작업을 했다. ‘통상 활동’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북한 총참모부가 예고한 ‘접경지 군사훈련 재개’와 연관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도 짙은 상황이다. 총참모부는 17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지구 내 군대 재배치 △DMZ 감시초소 재설치 △서남해상전선 포병 근무 등 강화 △대남 삐라 살포 강행 등의 4가지 행동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로서는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다. 일단 전단 살포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선 강력하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행동은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북한이 남쪽으로 전단을 살포할 경우 정부로선 예고한대로 ‘엄중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북한에게 도발의 빌미만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민 지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고민을 하고 있고, 현 단계에서 어떤 언급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고심이 깊다. 아울러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사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는 게 당면한 과제지만, 외교안보라인 전면 쇄신 요구와 맞물려 있는 만큼 인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장관 사표가) 예정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후임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이다. 남북 설전의 기본 창구를 청와대가 아닌 통일부로 두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7일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경고하고 3일 뒤 북한이 담배꽁초로 뒤덮인 문재인 대통령 비방 전단을 공개했지만, 청와대는 “통일부가 이미 대응했다”며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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