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더 이상 '금기어' 아니다
코로나로 물가상승 우려 줄어
국내서도 양적완화 필요 목소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대표적인 처방전인 이른바 '양적완화'가 동남아나 동유럽의 신흥국에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워낙 대규모로 돈을 풀고 있는 데다 물가도 상승보다 하락 압력이 큰 상황이라 신흥국까지 양적완화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 금융사 ING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금융시장 충격이 커진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최소 13개 신흥국이 양적완화 혹은 이에 준하는 자산매입 정책을 새로 도입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국채와 국영은행, 개발기금 채권 등을 사들여 지금까지 연간 폴란드 총생산의 약 4.5%를 매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외에 인도네시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칠레, 터키 등도 ‘QE 시행국’으로 분류됐다.
일반적으로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시장의 국채 등을 매입해 화폐를 시장에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을 때 시중에 화폐를 공급하기 위해서 쓰는 정책수단 중에 하나다.
이런 정책은 그동안 주요국 중앙은행의 전유물이었다.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는 주요국 통화와 달리, 신흥국은 돈이 추가 공급되는 순간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해외 자금이 유출되며 물가가 급격히 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표면상 자산 매입의 목적을 통화 공급이 아닌 ‘금융 시장의 원활한 운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 상황이다. 물가 상승 위험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디플레이션 우려로 상쇄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신흥국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연준의 돈 풀기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BIS의 분석이다. 연준은 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14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기존 통화스와프 거래도 빈도를 늘린 바 있다.
신흥국 양적완화가 실제로 효과를 봤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미 경제정책연구소(CEPR)에 제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이 양적완화를 선언한 이후의 정책 효과는 기존에 양적완화를 시행 중이던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금리를 더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양적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5월 28일 기준금리를 0.5%로 내린 금통위 회의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국제 금융위기 당시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에서 정책금리를 제로가 아닌 0.5% 수준에서 운용하면서 국채매입 등 양적완화를 시행했다”며 “이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들도 별도의 정책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양적완화를 별도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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