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요일 오전을 깨워줄 클래식 한 곡 어떠세요? 클래식 공연 기획사 '목프로덕션' 소속 연주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 하나를 매주 추천해 드립니다.
프랑스 작곡가 프란시스 풀랑크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작품143'.
첼리스트 이정란에게 이 곡은 "나의 가장 아름답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곡"이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파리에서 유학하던, 스무살의 생기넘치고 열정 가득한 내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이정란은 "파리지엥의 감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곡은 드물다"고 했다.
이 곡엔 다양한 감정이 담겼다. 이정란은 그 가운데 몽환적인 분위기의 2악장을 특히 강력하게 추천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쟁의 상처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낭만적인 시대의 분위기를 담고 있어서다. 이정란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 처음 가서 모네의 그림 '수련' 앞에 섰을 때, 그 때 느낀 몽롱함을 닮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3악장은 '춤 추듯이(Ballabile)'란 제목처럼 재기발랄하다. 이정란은 "프랑스인 특유의 유머가 엿보이는 부분"이라며 "이 곡이 만들어진 1940년대 말에는 파리에 마차보다 자동차가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그런 분주함과 경쾌함이 상상된다"고 말했다.
연주자로서는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와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옹의 협주"를 추천했다. 하지만 이 음반(Virgin Classicsㆍ1989년)은 절판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흠이다. 이정란 본인의 애착이 큰 음악인 만큼, 지난 2월 발매한 자신의 한 첫 솔로 앨범 '랑데부 아 파리'에다 이 곡을 담았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했다.
다소 생소한 이 곡의 감상법이 있을까. 이정란은 "프랑스 음악은 묘사 대상이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그 곡이 풍기는 분위기와 색채에 집중하면 그만"이라 말했다.
"첼로와 피아노가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듯한 대위법의 묘미를 느껴보세요. 그 두 악기가 들려주는 수다스러운 멜로디를 듣다 보면 흥겨운 파리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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