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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 혼내지 마세요

입력
2020.06.18 10:30
수정
2020.06.18 14:03
0 0

편집자주

※어린이 책은 결코 유치하지 않습니다. ‘꿈꿔본다, 어린이’는 아이만큼이나 어른도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어린이 책을 소개합니다. 미디어리터러시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유신 서울 석관초등학교 교사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5>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래는 항상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우리의 현실이 되어 있다. 적어도 디지털 미디어와 학습에 관한 한, 이것은 2020년 상반기의 현재상황이다.

도대체 누가 온라인 교육을 교육과정 운영의 중심에 놓는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팬데믹 상황이 되자 드러난 것은, 우리나라가 ‘IT 선진국’으로 가져왔던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교육과정도, 교육과정을 운영할 만한 환경도, 교사와 학생의 역량도, 학습을 위한 스마트기기 보급 상황도 매우 좋지 않은 수준이며, 지역 가정환경 등에 따라 디지털 격차 또한 상당했다는 사실이다.

통틀어 말하면, 소위 ‘도래하는 미래 세계를 대비하고자 하는’ 국가-사회적 선언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은 부족했다. 동시에 수면위로 떠오른 ‘n번방’과 같은 디지털 범죄들은, 우리가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화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지 않은가라는 충격을 전해주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사회가 디지털 미디어와 교육에 대해 결코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상당히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 왔다. 예를 들어, 인터넷과 게임 중독으로부터 어떻게 아이들을 보호할 것인가와 관련하여서는 이미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 라는 말은 어린이에게서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학부모들에게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실리콘 밸리의 그들은 자녀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그들이 디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환경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과연 실리콘 밸리의 자녀들이 부모 뜻대로 디지털 세계에서 격리되어 살아가고 있을까. 보호주의 중심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관점은 문자문화 안에서 살아온 기성세대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이미 디지털 시민인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적 대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보호와 억압의 결과가 팬데믹 상황으로 드러난 디지털 학습의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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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 육아’는 디지털 리터러시 학습과 교육에 대해 방향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그리고 갑작스러운 온라인 학습환경에 놓인 아이들의 디지털 미디어 노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불안한 학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현선 교수는 국제적인 연구자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미디어 교육 전문가로서, 지난 10년간 ‘디지털 원주민’인 자녀의 미디어 교육의 방향을 찾아온 학부모이자 워킹맘으로서, 친절하게, 그러나 깊고 넓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다루었다. 책 표지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아기가 그려져 있지만, 유아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의 교육에 이르기까지 두루 포괄하고 있다.

저자는 미디어의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이 사실은 학술적으로는 근거가 부족함을 지적하며 글을 시작한다. 다양한 연구들에 의하면 아이들은 단순히 미디어를 접하는 것만으로 학습 능력이 저하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올바른 미디어 이용은 학습 동기와 태도, 집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디어 중독, 과몰입, 폭력을 부르는 것은 미디어 자체가 아닌 어린이와 양육자와의 관계, 전반적인 양육 태도, 아이들의 미디어 활용을 바라보는 관점 등이다.

예를 들어 미디어 중독과 관련하여, 삶에서 주도권을 뺏긴 아이들은 결국 미디어와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은 매우 뼈아프다. 이것은 우리가 미디어에서 기인한다고 믿어왔던 교육적 문제들이 사실은 상당부분 실제의 삶에 그 원인이 있었으며, 미디어와 교육 자체를 우리의 삶과 따로 떨어트려 논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를 무조건 위험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 세상에서 어린이가 보다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양육자의 역할이다. 이것은 결코 디지털 미디어 세계 안에 아이를 방임하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해외의 학술논문 등을 인용하여 어린이의 각 발달단계의 어느 시기에는 미디어를 멀리하고, 어느 시기에는 시간 제한을 두며, 어느 시기 이후에는 어린이에게 자율적 미디어 활용을 하되, 약속을 바탕으로 활용하고, 미디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권하는 등 구체적인 원칙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 육아

  • 정현선 지음
  • 우리학교 발행
  • 216쪽ㆍ1만4,000원


즉 저자가 제안하는 디지털 페어런팅(Digital Parenting)이란 디지털 미디어로부터의 보호, 혹은 학습이라는 단편적인 차원을 벗어나, 디지털 미디어에 접근하고, 활용하며, 참여하고, 소통하는 전반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디지털 육아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이 책은 해외 및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미디어 활용 사례 및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다루고 있어,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을 가진 교사 및 일반 독자들도 읽어볼 만 하다.

‘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 육아’는 디지털 미디어와 교육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공포, 혹은 첨단 교육에 대한 환상 가운데에서 현실적인, 그러나 학술적으로 검증된 길을 안내하는 친절하고 논리 정연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부모님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자신이 알고 경험하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 육아'?

저자의 이 말은 우리가 이미 ‘디지털 원주민’으로 태어나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세계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키워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일 것이다.



박유신 서울 석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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