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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원 구성 협상엔 ‘여의도식 정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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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원 구성 협상엔 ‘여의도식 정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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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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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대 국회의 ‘통 큰 양보’, ‘노련한 중재자’ ‘마라톤 협상’ 부재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2016년 6월 8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회동을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고영권 기자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2016년 6월 8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회동을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고영권 기자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여야의 대치가 길어지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9일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추가 선출을 예고한 본회의를 연기하면서 또 다시 시간은 벌었다. 하지만 ‘법사위원장 사수’를 향한 여야의 치킨게임이 계속되면서 극적 타결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원 구성 협상 타결의 실마리가 됐던 ‘통 큰 양보’나 ‘노련한 중재 역할’ , ‘마라톤 협상’ 등 소위 ‘여의도 정치’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2016년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때는 여야의 ‘통 큰 양보’가 물꼬를 텄다.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빠른 원 구성(14일 소요)에 이를 수 있었던 이유다. 당시 여당의 최다선(8선)이었던 서청원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포기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야당이지만 원내 1당인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여당이자 원내 2당이 된 새누리당에 양보했다. 우상호 민주당,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이에서 ‘노련한 중재자’ 역할을 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존재감도 한 몫 했다. 당시 원 구성 협상 타결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새누리당은 실리, 민주당은 명분, 국민의당은 실속을 챙겨 3당이 모두 승리한 협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법사위원장 양보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한 달 가까이 평행선을 달리는 현재 여야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012년 6월 29일 국회에서 원구성 협상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한구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012년 6월 29일 국회에서 원구성 협상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12년 12월 대선을 6개월 남겨둔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19대 개원 협상(33일 소요) 해법도 결국은 여야의 ‘양보’였다. 여당 원내사령탑이었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원 구성과 연계한 민간인사찰과 MBC파업 국정조사 요구를 큰 틀에서 받아들였다. 이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민간인 사찰’ 국조 특위 위원장을 여당에 맡기고 MBC 파업 국정조사를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로 낮추는 등 한발씩 물러서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혜영 통합민주당 원내대표가 2008년 6월 5일 국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최종욱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원혜영 통합민주당 원내대표가 2008년 6월 5일 국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최종욱 기자

‘80여일간의 힘겨운 사투’로 불리는 2008년 18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는 여야 원내대표 간 마라톤 대화가 꼬였던 실타래를 푸는 핵심이었다. 당시 의석 수는172석의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통합당)과 81석의 야당인 통합민주당(현 민주당) 구도로 21대 국회와 비슷했다. 하지만 협상 분위기는 달랐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개원’ 원칙을 고수했다. 장외투쟁에 나선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이 요구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시 국회 동의 필요)을 관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설득에 나섰다. 협상 채널을 풀가동해 원 원내대표와 마라톤 협상을 벌여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홍 원내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원 원내대표를 수시로 찾았고, 원 원내대표도 ‘더 세게 나가야 한다’는 당내 강경론에도 홍 원내대표와 대화를 거부하지 않았다. 나흘째 잠행 중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대화가 끊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간 협상 모습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18대 국회 때부터 원 구성 협상을 지켜본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여야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가 계속될수록, 국회 정상화는 늦어지고 양측 모두 명분과 실리를 챙기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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