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엄사 찾았다 인근 체류… 김종인 “주말 지나면 서울 올 듯”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무산으로 국회를 떠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이미 당 차원에서 재신임을 공식화 했기 때문에 복귀가 유력하다. 불자인 주 원내대표가 전국의 주요 사찰에서 스님들과 대화를 통해 정국 해법의 묘안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사의를 밝힌 주 원내대표는 19일 전남 구례의 지리산 근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에는 지리산의 대표적 사찰인 화엄사를 방문해 주지인 덕문 스님과 대화를 나눴다. 화엄사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가 화엄사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만 마시고 갔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의를 밝힌 이튿날에도 충청도의 한 사찰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칩거 중인 주 원내대표가 절을 찾는 것은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는 오랜 불교 신자로 유발승(有髮僧ㆍ머리 깎지 않은 스님)이란 별명에 ‘자우(慈宇)’라는 법명까지 있다. 조계종 종립학교인 대구 능인고를 나온 주 원내대표는 영남대 재학시절 사법시험 준비도 절에서 했을 정도다. 정계에 입문한 17대 총선 때도 조계종의 추천이 있었고, 새누리당(현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했던 20대 총선 때는 스님들이 탄원서를 당에 제출했다. 주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원내대표의 휴대폰에 저장된 주지스님 연락처만 1,200개에 달한다. 절을 찾는 게 그렇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독실한 불교 신자라고 해도 원 구성 협상이라는 큰 과제를 놓고 자리를 비우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때문에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일종의 ‘침묵 시위’ 차원에서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주 원내대표는 최근 동료의원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반성하는 모습도, 사과하는 모습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와 국회 내 불자모임인 정각회에서 인연을 쌓았던 한 전직 의원은 “원 구성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에 대해 일종의 정치무상을 느끼고, 마음을 정리하려고 사찰로 간 게 아닌가 싶다”고도 해석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초선의원 간담회 전에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가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다시 (서울로) 올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와 연락 창구인 성일종 통합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가 워낙 상심이 깊어 다음주 복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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