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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논의 중단ㆍ재협상 기 싸움… 항공업계 M&A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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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논의 중단ㆍ재협상 기 싸움… 항공업계 M&A ‘시계제로’

입력
2020.06.18 17:2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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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 작업마저 안갯속으로 내몰았다. 임금 체불 문제로 인수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하면서 매수자인 제주항공을 압박하고 나섰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놓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재협상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측을 규탄하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측을 규탄하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불 임금에 발목…임시주총 카드 꺼낸 이스타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주주들에게 26일 임시 주총을 소집한다고 알렸다. 임시 주총 안건은 발행 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안과 신규 이사 3명ㆍ신규 감사 1명을 선임하는 내용이다.

이번 임시 주총 개최가 매수자인 제주항공에게 압박이 되는 이유는 이사와 감사 후보자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계약상 의무사항이어서 딜 클로징(인수절차 종료) 시한인 29일 이전에 주총을 소집해야 한다”며 “제주항공 측은 후보자 명단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계약 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인수절차 종료 일정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고, 인수 전까지는 이스타항공의 이사와 감사 후보를 지명하는 등 경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등 계약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6월 말까지 딜 클로징을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스타항공이 임시 주총을 개최하는 건 자유지만, 제주항공이 지명한 인물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계약이 진전을 보이려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250억원 규모의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지난달 7일 체불 임금 해소를 요구한 이후 인수 작업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이스타항공 측은 이에 대해 인수 이후에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맞서고 있다.

또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항공기 리스비 지급 보증 해소 역시 계약의 선행조건에 해당한다”며 “아직 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규모는 약 38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15일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모습. 뉴스1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15일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모습. 뉴스1

◇재협상 방식ㆍ재무 상태 두고 현산ㆍ산은 옥신각신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에선 산은 등 채권단이 HDC현산과 재협상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먼저 HDC현산이 지난 9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논의를 서면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서면 협의를 얘기했는데,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하느냐”며 “만나서 협상하자”고 말했다. 또 산은은 HDC 현산이 주장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업계에선 인수 조건 재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산이 서면 협의를 요청한 배경에는 계약 무산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재협상 목적은 결국 인수 가격을 낮추는 것인데, 채권단이나 금호산업과의 입장 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에 하나 채권단과 협상이 결렬되면, 서면으로 진행한 협상 내용은 계약 파기 이후 계약금을 환수하기 위한 증거 자료로 활용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가 200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후 9년간의 법정 소송 끝에 산업은행으로부터 계약금 3,150억원 중 1,951억원을 돌려받은 바 있다. HDC현산이 낸 계약금은 2,500억원 수준이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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