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소의견 송치 2018년 592명 → 지난해 973명
동물보호법 처벌 강화 목소리 높아져
“죽은 어미 고양이 뱃속에서 새끼들을 꺼내 사체 위에 올려놨어요. 너무 끔찍했어요.”
지난달 22일 오전 4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복지관 뒤 공터에서 교회에 가던 주민은 임신한 길고양이로 추정되는 동물 사체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사체는 복부 정중앙이 날카로운 물체로 절개된 채 공터 한복판에 버려진 상태였다.
처음이 아니다. 3개월 전부터 사람이 죽인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사체가 관악구에서 계속 나왔다.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와 목격자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7일 신림동의 한 중학교 인근 야산에 복부가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방치돼 있던 게 첫 번째였다. 같은 달 25일 또 다른 고양이가 다리 부분이 불에 그을려진 채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숨졌다. 지난달 30일 신사동의 주택가 주차장에서는 오른쪽 다리가 절단된 새끼 고양이 사체가 놓여 있었다.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 관계자는 “고양이 사체 4구 발견장소는 반경 2㎞ 안이고, 모두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공터나 주차장이었다”며 “근방 지리에 익숙한 사람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회 의뢰로 사체를 분석한 수의사 윤재원씨는 “깨끗한 절단선 등을 보면 해부학 지식이 해박한 범인의 연속 범죄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 사건을 엄중하게 보고 수사 중이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처참한 고양이 사체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피의자가 전년 대비 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경찰관서에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수사한 뒤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인원은 973명에 이른다. △2015년 264명 △2016년 331명 △2017명 459명 △2018년 592명 등과 비교할 때 1년 만에 동물보호법 위반 피의자가 60%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동물보호법 위반 피의자는 계속 증가해도 처벌은 미약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인원은 2,619명. 이중 구속상태에서 기소된 피의자는 단 3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물 학대는 형량이 낮고 재물손괴 행위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어 구속 수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가 실형으로 이어진 건 그간 달랑 4건에 그친다. 지난 4월 반려견 ‘토순이’ 사건으로 기소된 A씨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8월이 선고됐다. 나머지 사건에서는 6월 이하의 징역이나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
내년 3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동물을 학대해 죽일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현재의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는 강화되지만 동물 학대를 중범죄로 다루는 미국과 유럽 등의 처벌 수위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미 하원은 지난해 10월 팩트법(PACT ActㆍPreventing Animal Cruelty and Torture)을 통과시켰는데, 법원은 이 법을 근거로 동물학대범에게 최고 징역 7년을 선고할 수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관련 범죄가 급증해 매우 우려된다”면서 “모방 범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도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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