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한반도 정세 분석
중국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것에 대해 “한국과 미국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려는 카드”라고 분석했다. 군사적 충돌을 불사하며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 보다는 전면에 등장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입지를 넓히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협상용이라는 설명이다.
양시위(楊希雨)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17일 중국신문망에 “북한이 전쟁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하는 것은 남한을 향한 선전포고가 아니라 실제로는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남북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한 만큼 북한 군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군의 준비태세는 새로운 대남관계의 첫 단추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왕성(王生) 지린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 “김 제1부부장이 대남 업무를 관장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북한이 대남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왕 교수는 “연락사무소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거의 방치된 상태”라면서 “탈북자 단체에 대한 불만을 빌미로 남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바람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군이 향후 일정수준의 군사행동에는 나서겠지만 어디까지나 파국이 아닌 남한을 움직이려는 위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의 목적은 한국을 때리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자청(李家成) 랴오닝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연락사무소 폭파는 군사적 의미보다 정치ㆍ외교적 선언의 의미가 더 크다”며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촉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한을 지렛대 삼아 대화에 시큰둥한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 위기를 헤쳐나갈 다음 첫 단계의 열쇠는 한국이 쥔 셈이다. 왕쥔성(王俊生)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ㆍ국제전략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제 행동에 나서라는 경고”라며 “한반도 정세는 한국이 어떻게 북한에 대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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