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현 e블루채널 대표,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지원 받고 사업 본궤도
빵집, 국밥집, 편의점을 차려 생계를 꾸려온 50대 여성이 약국용 의약품 관리 솔루션을 만드는 정보기술(IT) 회사를 세웠다. 창업 후 3년 간 경험 부족과 자금난으로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지난해 ‘은인’을 만난 덕에 올해는 전년보다 10배 많은 14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느지막이 인생 전환의 모험을 단행한 중년 자영업자가 유망 IT 스타트업 경영자로 안착하도록 도와준 ‘키다리 아저씨’는 누굴까.
삼성전자는 17일 회사 홍보사이트 ‘삼성전자 뉴스룸’에 이나현(54) e블루채널 대표의 인터뷰 영상을 게재했다. 이 대표의 회사는 삼성전자가 혁신창업 지원사업 ‘C랩 아웃사이드’ 일환으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운영하는 지역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지스타드리머)의 수혜 기업이다. 지난해 상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발돼 6개월 간 △무상 사무공간 △기술ㆍ경영 전문가 멘토링 △운영자금(최대 2,000만원) △C랩 전용펀드 투자(최대 5억원) 등의 지원을 받았고 이후에도 삼성전자 소속 멘토의 지속적인 자문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영상에서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과 약국을 자주 드나들다가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약국에 가보면 의사 처방 대상인 전문의약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입고ㆍ재고 수량이 전산 관리되지 않아 고객이 찾는 약을 제때 구비해두지 않을 때가 잦았다. 이 대표는 당시 운영하던 편의점의 포스(POS·판매정보 관리시스템) 기기처럼 약국 내 모든 의약품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평생 ‘IT 문외한’으로 살아왔지만 샘솟는 열정과 아이디어를 믿고 창업을 결심했다.
2016년 회사를 세워 국내 최초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고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e블루채널’을 개발했지만 판매 부진의 벽에 가로막혔다. 운영 경비를 댈 수 없어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이 대표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타트업 지원대상 모집 공고를 봤다. ‘마지막 기회’라는 간절함이 통했는지 회사는 15대 1 경쟁률을 뚫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지원 과정에서 이 대표는 삼성전자 창조경제사무국 소속 안대원 멘토를 만났다. “삼성 멘토를 이만큼 ‘빼먹은’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회고할 만큼 절박했던 이 대표에게 멘토는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조직관리, 사업화에 이르는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대원 멘토는 “스타트업에 가장 절실한 건 살아남는 것인데 (이 대표는)3년 넘게 생존해 있었다”고 말했다. ‘싹수’가 보였다는 얘기다.
멘토링 효과는 확실했다. 제품을 설치한 약사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판로가 확대됐고 지난달엔 경북약사회, 제약사 등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맺었다. 덕분에 e블루채널 거래 약국은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150개로 늘어나고 매출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C랩 아웃사이드 사업을 가동해 5년 간 3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회사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외부 창업기업으로 확대한 것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동행’ 경영철학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하는 회사로 커갈 수 있도록 성장 과정을 함께하며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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