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파리 주민 “강대강 대치로 돌아가나” 불안
하늘ㆍ바닷길 개척 등 남북 교류사업 ‘올스톱’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남북관계 경색까지 악재만 쌓여 걱정입니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하루만인 17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군 부대를 다시 주둔시키겠다고 공언하자,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군 명파리 주민들은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주민 장석권(65)씨는 “남북이 ‘강대강’으로 맞설 때 마다 가슴을 졸였던 때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농산물 판로가 막히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남북관계마저 급랭해 이래저래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군사분계선(MDL)에서 10㎞ 가량 떨어진 고성 명파리는 2003년부터 6년간 14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금강산으로 가던 길목이었다. 2년 전 평창올림픽과 지난해 4ㆍ27판문점 선언 이후엔 금강산 관광재개와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 남북 관광ㆍ경제교류 특구 등 청사진이 제시되면서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전과 사뭇 달라진 남북관계를 체감한 주민들은 한반도의 평화시계가 멈출지 모른다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제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인근 장전항과 산악지대에 잠수정, 방사포 부대를 배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때 남북 교류를 상징하던 곳이 군사적 긴장의 현장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강훈(56) 고성군 번영회장은 “그 동안 주민들이 염원하던 금강산 관광재개가 사실상 무산돼 아쉽다”며 “동해북부선 철도 등 남북교류 상징성이 큰 사업마저 물거품이 돼 실낱 같은 희망마저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성을 남북교류의 거점으로 삼으려던 강원도 입장에서도 북한의 금강산 관광시설 군사기지화는 뼈아프다.
우리 측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육로관광 코스와 양양에서 북한 원산 갈마, 삼지연 공항을 잇는 하늘길, 동해안 바닷길 등 평창올림픽 이후 추진한 남북교류 사업의 전면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화해와 협력의 관문으로 추진하던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 사업도 추진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생겼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져 중장기 사업으로 추진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관계 개선 이외엔 별다른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성=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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