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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에 매달리고, 주변 언덕에 올라서고… K리그 장외관중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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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에 매달리고, 주변 언덕에 올라서고… K리그 장외관중의 딜레마

입력
2020.06.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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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13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 무관중 경기를 공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오지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3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 무관중 경기를 공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오지혜 기자

올 시즌 한국 스포츠는 코로나19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K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며 일정은 축소됐고, 시즌의 4분의 1을 끝낸 지금까지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관중은 프로스포츠의 꽃이지만, 코로나19 확산시 리그 진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유관중 전환은 계속 미뤄지고만 있다.

유관중 전환 시기에 대한 예측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관중들이 직접 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하나원큐 K리그2(2부리그) 2020 제주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경기가 진행되던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다수의 장외관중이 목격됐다. 경기가 보이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장외관중의 충분한 거리 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경기장을 둘러싼 펜스 사이로 경기 사진을 찍고 있던 천모(55)씨는 “축구를 좋아하는데, 경기장 주변에 운동을 왔다가 축구를 하고 있길래 보고 있었다”고 했다. 중계화면이 답답해 경기장을 찾은 이도 있었다. 이모(34)씨는 “여행 차 제주를 찾았다가, 돌아가기 전 경기가 있다고 해 일부러 찾았다”며 “K리그 중계는 외국 리그들보다 시야에 한계가 있어,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세세히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고 했다.

상주상무 측이 경기장이 보이는 언덕에 설치한 배너. 상주상무 제공
상주상무 측이 경기장이 보이는 언덕에 설치한 배너. 상주상무 제공

이들은 주로 접근성이 좋은 경기장을 찾는다. 제주처럼 경기장 주변에 공원이 조성돼있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경우에도 관중이 많이 찾는다. 실제로 상주상무는 최근 장외관중 때문에 마스크 착용ㆍ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권고하는 배너를 설치하기도 했다. 상주 측은 “일명 ‘축세권’이라고 불리는 경기장 인근 언덕에 올라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이 있다”고 했다.

구단 측에서 경호 인력 등을 배치해 해산을 부탁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이날 제주에서도 관중을 향해 ‘돌아가 달라’, ‘여기서 보면 안 된다’고 해산을 권고했지만 일부 관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주 관계자는 “펜스에 붙어 경기를 보거나, 더 잘 보고 싶어 한 칸이라도 올라가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계속 주고 있다”며 “내려가라, 돌아가라고 해도 따라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강제력을 부여할 수 없는 만큼. 팬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감염위험성을 높이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연맹과 구단의 권고를 처음처럼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FC 서포터즈 A씨는 “사전에 서포터즈들끼리 경기장을 찾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는 와중에 서포터즈가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찾는다면, 구단과 팬들 모두에 피해가 될 거라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구팬으로서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코로나가19가 종식돼야 유관중 전환 역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안전하게 축구를 관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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