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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억 들인 한반도 ‘평화의 랜드마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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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억 들인 한반도 ‘평화의 랜드마크’ 사라졌다

입력
2020.06.16 18: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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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文대통령ㆍ김정은 판문점 회담 최대 결실 

 北은 대지만 제공, 건설비는 남측이 모두 부담 

16일 오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가 폭파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가 폭파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잿더미로 만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의 ‘항구적 한반도 평화 체제 구상’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였다. 북한의 폭파로 2018년 9월 문을 연지 1년 9개월만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북한은 폐쇄도 철거도 아닌 ‘폭파’라는 극단적 방법을 동원했다. 남측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과시하듯 드러낸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물이었다. 두 정상은 “당국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 교류ㆍ협력을 원만하게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한다”고 합의했다. 일종의 외교 공관이자, 상시적인 남북 소통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 장치로 고안된 것이다.

당초 미국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남북이 급격히 밀착하는 것이 대북 제재 이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지닌 ‘한반도 새 시대’의 의미가 그 만큼 컸다는 뜻이다.

연락사무소엔 남북에서 각각 15~20명의 인원이 파견됐다. 2층엔 남측 인원이, 4층엔 북측 인원이 상주했다. 남북 공동 행사와 산림ㆍ보건ㆍ의료 분야 협력을 위한 실무 협의가 이 곳에서 주로 이뤄졌다. 연락사무소를 통해 남북이 주고받은 통지문은 지난 달말 기준 총 132건다. 남측이 북한에 보낸 대북 통지문이 72건, 대남 통지문이 60건이었다.

남측 천해성 소장과 북측 전종수 소장은 한동안 매주 한 차례 정례 협의를 가졌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엔 협의가 중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남측 인원이 모두 철수한 올해 1월 이후엔 빈 건물로 방치돼 있었다.

4층짜리 연락사무소 청사는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재활용한 것이다. 초기 공사비 97억원이 쓰였고, 개ㆍ보수 비용까지 합치면 177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북측은 부지를 제공하고, 건설비는 모두 남측이 부담했다.

남북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후속 조치로 상호 투자 자산을 보호한다는 내용의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남측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북한에 책임을 물을 순 있지만, 최근 험악해진 남북관계나 북한의 속성을 감안하면 북측이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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