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SNS에 동영상도 게시… “트럼프-해리스 美대사 불편관 관계 노출” 관측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건물에 걸렸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라는 대형 현수막이 이틀 만에 철거됐다.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주한 미 대사관은 16일 지난 주말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있는 외교관 사택 단지에서 미국의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간 불편한 관계가 노출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16일 주한 미 대사관 건물 외벽에는 6ㆍ25전쟁 70주년을 알리는 의미에서 ‘잊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지난 13일 같은 자리에 걸었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15일 오후 철거한 것이다.
현수막 철거와 관련해 주한 미 대사관 측은 “해리스 대사가 납세자의 세금이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철거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콜먼 미 대사관 대변인은 “미 납세자들의 세금이 그런 기관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해리스 대사가 배너 철거를 지시했다”면서 “이것이 배너 게시로 표현된 원칙과 이상을 축소되게 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한 미 대사관과 해리스 대사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자유롭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국가”라고 현수막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반(反) 인종차별 시위대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해리스 대사가 관련 시위에 지지 입장을 표한 것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한 미 대사관의 현수막 게재를 못마땅하게 여겨 철거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주한 미 대사관 측은 이날 지난 주말 서울 용산 미군 기지 내 외교관 사택 단지에서 미국의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촛불행사 중 50초 분량의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주한 미 대사관 측은 “인종 차별 및 흑인들을 향한 경찰의 만행에 항의하고 더욱더 포용력 있고 정당한 사회를 만들고자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 미국민들을 지지하는 연대의 행진과 촛불 행사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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