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40도가 넘는 고온을 견디며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고용노동부가 노동자가 고열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해석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노조는 고용부가 고열작업 판단에 따른 행정조치를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1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 천안지청이 노조와의 면담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연주공장이 고열작업장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오후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20m 높이 크레인 위에서 크레인 냉각장치 수리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 박모(53)씨가 쓰러져 숨졌다. 박씨는 사망 당시 크레인 상부에서 캡쿨러(크레인 운전실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방시설) AS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박씨가 일한 연주공장은 액체 상태의 쇳물을 틀에 넣어 고체로 응고하는 공정을 하는 곳이다. 노조는 사고 현장 온도가 43도였으며 사망한 박씨가 숨지기 전까지 별도 휴식 공간이 없는 곳에서 1시간30분 이상 연속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사망한 박씨가 ‘고온 작업을 한 것은 맞지만, 법령상 고열 작업은 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559조에서는 ‘고열작업’에 대한 정의를 ‘가열된 금속을 압연 또는 가공하는 장소 등 12곳과 그 밖에 고용부 장관이 인정하는 장소에서의 작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 천안지청은 전날 노조와의 면담에서 “연주공장 전체적으로 고온인 것은 맞지만 (사망한 박씨가 한)캡쿨러 작업 자체가 가열된 금속을 운반하는 업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엄밀히 따지면 법령상 고열작업은 작업 자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이 이뤄지는 장소를 지칭했음에도,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자가 고열작업에 해당하는 특정 작업을 직접해야 고열작업이라고 해석해 왔다”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제39조 보건조치 2항에 나온 ‘고온에 의한 건강장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고가 발생한 연주공장은 600~1,200도까지 끓는 슬래브를 쌓아두고 작업을 하는 곳인데, 이곳의 작업자가 직접 금속 운반을 하지 않는다고 고열작업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측인 현대제철의 입장만 반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나현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법령상 고열작업으로 인정되면 사업주는 환기시설 설치, 적절한 휴식시간 보장과 휴게시설 설치 등의 보호조치, 작업시간의 단계적 증가 등 의무조치사항이 생긴다”며 “고용부는 고열작업 판단을 미루고 필요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천안지청은 9일에 이어 10일에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노동자가 고온작업 중 쓰러진 사고가 발생하자 이틀 뒤인 12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박씨의 사망에 대해 중대재해 판정을 내렸다. 노조는 “고열작업 여부를 인정하지 않고 작업중지 명령과 중대재해 판정을 내린 것은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반박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고용부 천안지청 측은 “다시한번 노조가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재검토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고용부는 현대제철의 고열작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사망사고 발생경위와 회사의 안전보건 체계, 고열작업에 대한 사전사후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현대제철의 고열작업에 대해 또다른 산안법 위반사안이 없는지 특별감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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