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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 “성소수자 이유로 해고는 위법” 보수도 인정한 ‘뉴 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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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 “성소수자 이유로 해고는 위법” 보수도 인정한 ‘뉴 노멀’

입력
2020.06.16 23: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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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차별 금지한 민권법 7조 해석, 생물학적 남녀에서 성적 지향ㆍ정체성으로 

 LGBTQ 권리신장 이정표… 동성혼 합법화보다 큰 파장 예고 

 보수성향 대법관이 결정적 역할…직접 지명한 트럼프 뼈아픈 타격 

 보수진영 “정의의 유산 배반” 비난 

미국 연방대법원이 성 정체성을 이유로 직장에서 차별 받아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15일 한 시민이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법원 앞을 뛰어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성 정체성을 이유로 직장에서 차별 받아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15일 한 시민이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법원 앞을 뛰어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차별금지법’이 없는 28개 주(州)에도 적용돼 이른바 ‘LGBTQ(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성전환자ㆍ퀴어)’ 권리 신장을 위한 이정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사안이라 5년 전 동성결혼 합법화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15일(현지시간) 성(性)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제7조 해석과 관련, 성차별의 범위를 생물학적 남녀를 넘어 성적 지향ㆍ정체성에 따른 차별까지 확대한 하급심 판결을 인정했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이 같은 해석에 동의했다. 이번 판결은 30년 경력의 장의사 에이미 오스트랠리아 스티븐스, 스카이다이빙 강사 고 도널드 자르다 등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직장을 잃은 이들의 지난한 법적 투쟁의 결과다.

미국에선 그간 1964년 제정된 민권법 관련조항을 성적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 금지로까지 넓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오랜 논쟁이 진행돼왔다. 1969년 뉴욕경찰이 술집에 모인 성소수자를 마구잡이로 체포한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스톤웰 항쟁’ 이후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이미 50년 넘게 이어져왔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대법원의 이날 판결에 대해 “평등을 위한 거대한 승리”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번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적지 않은 타격이다. 재임기간 내내 성차별의 법적 의미를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한 차별’로 규정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3월에 성전환자 군복무를 금지했고, 대법원 판결 사흘 전인 12일에는 성전환자가 의사와 병원 등의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삭제한 입법안까지 제출했다. 

최근 반(反)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강경일변도의 대응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일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민심 읽기’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그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들도 10명 중 7명은 인종차별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74%가 법적인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지지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트럼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변했다는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특히 자신이 직접 지명한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의 ‘반란’이 뼈아플 듯하다. 법 원문 자체를 중시하는 ‘문자주의자’인 고서치 대법관은 6대3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판결문 작성까지 도맡았다. 그를 ‘확고한 보수적 신임을 가진 법학자’라고 치켜세웠던 보수단체 ‘사법위기네트워크’는 “정의의 유산을 배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 중 하나인 기독교 복음주의 진영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각각 맹비난했다. 난감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에 따른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주목되는 건 향후 몇 주간 트럼프 행정부의 공공정책 기조를 뒤흔들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미성년 미등록 이민자 보호’ 폐지, 루이지애나주 낙태제한법 시행,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신고내역 공개 여부 등이다.  CNN방송은 “일련의 판결들이 합리적인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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