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현실화하면서 176석 ‘슈퍼여당’의 위력이 드러났다. 민주당이 향후 입법과정에서도 ‘수의 힘’을 적극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미래통합당 입장에서 마땅한 견제 방법이 없다. 제1야당이 집권여당의 국회 운영을 견제하지 못하는 ‘뉴노멀(New normalㆍ새로운 표준)’ 상황이 21대 국회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일부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민주당은 16일 이 같은 태세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샅바 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반칙이 정치 기술로 통하던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며 “통합당은 뉴노멀을 직시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원 구성 협상은 물론 과거 여야간 벌어졌던 기싸움을 개혁 대상으로 규정하고, 민주당 주도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재적의원 3분의 2(200석)가 필요한 개헌을 제외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여야 만장일치가 관행이던 상임위 내 법안 처리도 ‘재적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라는 국회법 절차를 따를 경우 야당이 이를 제지할 수단이 없다.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의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 이미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에 필요한 과반 출석, 과반 찬성 의석수를 넘겼다. 정의당 등 범여권 정당과 연합해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는 야당과의 타협에 시간을 쏟기보다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통합당이 국회법 테두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견제 장치는 모두 무력화된 셈이다.
‘협치의 틀을 깬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수의 힘’으로 21대 국회를 끌고 가려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 하반기 국정운영 성과에 대한 부담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례에 비춰보면 이전 정권에서도 집권 하반기로 갈수록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자리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에도 회의 소집을 비롯해 상임위 운영의 전권을 확보해야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국회 운영이 언제까지 지속가능 할 수 있느냐다. 마땅한 제동 수단이 없는 통합당은 국회 운영에 대한 결과도 온전히 민주당 책임으로 몰아갈 기세다. 통합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민주당은 뉴노멀이라고 부르지만 1당 독재를 포장하는 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주변에서는 ‘합의 정신’을 배제하고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수의 힘’ 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순간이 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NULL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