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으로 직무 수행 회피하겠다”… 표결 14명 찬반 동수 땐 안건 부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기소 타당성을 판단할 검찰 내외부 전문가 그룹의 위원장이 삼성의 핵심 피의자와의 친분을 고려해 위원장 자격 회피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자칫 표결에서 찬반 동수가 나와 심의위 권고 결정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관을 지낸 양창수(68ㆍ사법연수원 6기)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16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 “26일 열리는 수사심의위의 현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 직무 수행을 회피하겠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오랜 친구 관계”라며 회피 사유를 들었다. 양 위원장은 “최지성이 심의위 소집 신청의 당사자가 아니라 해도 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공동 피의자들과 동일한 소인(범죄사실)을 구성하고 있다”며 인적 관계는 회피 사유라고 밝혔다.
대검 예규인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는 ‘심의대상 사건 관계인과 친분 관계나 이해관계가 있어 심의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면 회피를 신청하게 돼 있다.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팀장(사장)처럼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하진 않았지만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성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양 위원장과는 서울고 22회 동창이다.
위원장직 사퇴는 아닌 만큼 양 위원장은 이 부회장 등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현안위원 선정 과정에는 예정대로 참석한다. 규정상 위원장은 각 분야 전문 인사 150~250인 구성의 위원명단 중 현안위원 15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한다. 양 위원장은 “수사심의위에 참석해 회피 의사를 위원들에게 밝히고 위원장 대리의 선임 등 향후 진행에 관해 절차를 설명한 다음 위원회 자리를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장 직무대행은 심의일에 참석한 현안위원들 중 호선(互選)으로 뽑힌다. 위원장 역할처럼 회의 진행을 맡지만 표결에 참여할 수 없고, 검찰과 삼성 어느 쪽에도 질문할 수 없다. 위원 1명이 직무대행으로 빠지면 표결 참여 인원이 14명으로 줄면서 자칫 7 대 7 동수가 나올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찬반 동수가 나오면 해당 안건은 부결된다.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지 않은 채 수사심의위가 그대로 끝나는 것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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