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의 도시연서] 끝없는 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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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의 도시연서] 끝없는 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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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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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갯벌에서 관찰된 흰발농게. 인천녹색연합 제공

난 외국에 갈 때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다. 어제 먹은 돼지고기는 인천항을 통해 구입된 사료로 키워졌을 것이고, 요리의 연료인 도시가스는 송도LNG기지를 통해 공급되었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수도권매립지에 묻힐 것이고, 내가 사용한 전기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송도LNG기지, 수도권매립지, 영흥화력발전소의 공통점은 모두 매립지 위에 지어진 시설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매립지에 의지해 살아간다.

몽고의 침입을 피해 수도를 옮긴 고려 정부가 강화도 갯벌을 매립한 이래 매립은 농지를 얻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근대 이후 도시 기능을 위한 매립이 늘어났다. 부산과 인천의 항구는 매립을 통해 만들었다. 공장을 지어 먹고살아야 했던 시절, 남동공단, 주안공단, 반월공단, 마산자유무역지대, 창원기계공단, 여수국가산업단지, 광양제철소가 매립지 위에 만들어졌다. 공장, 화력발전소, 분뇨처리시설, 하수종말처리장, 폐기물 소각장, 쓰레기 매립장, 유류저장탱크, LNG기지, 국제공항 등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가까이 두기를 꺼리는 시설을 지을 때, 기존 시가지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넓고 평평한 땅이 필요할 때 갯벌을 메웠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공항을 얻었고, 문제를 멀리 치우는 것으로 해결했으며, 철새들은 방황했다.

때로는 땅이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바다를 메웠다. 시화간척지의 탄생은 1980년대 중동지역 건설경기 침체에서 시작됐다. 중동에서의 건설을 위해 사놓은 많은 건설장비가 멈추자 이를 사용하기 위해 간척이 기획됐다. 꼭 필요한 땅이 아니었던 시화간척지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고, 시화호가 담수호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애초에 기획했던 농경지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렇게 갯벌이 사라진 땅에 아파트가 지어질 것이다.

인천 청라신도시의 시작도 비슷했다. 동아건설은 건설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인천 앞바다의 3,720만㎡에 이르는 넓은 갯벌의 매립 허가를 따냈다. 시화간척지, 새만금간척지처럼 이 땅의 원래 용도는 농경지였다. 하지만 농수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대도시 인천에 넓은 농지를 만들기 위해 간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매립 후 20여년 동안 나대지로 방치되다가 결국 청라신도시가 되어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됐다. 매립 과정에서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지정된 두루미 도래지 경서동 갯벌이 사라졌다.

한국화약은 경기 시흥시 월곶에 화약성능시험장을 만들겠다며 430만㎡ 면적의 갯벌을 매립했다. 하지만 매립 후 10여년간 나대지로 방치되어 있다가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화학성능시험장 설치 허가가 취소됐다. 그 땅은 지금 배곧신도시로 불리며 아파트가 들어섰다.

지금도 인천 앞바다에는 꼭 땅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매립이 계속된다. 인천항이 항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로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퇴적물이 계속 쌓이므로 수심 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항로의 흙을 퍼내야 한다. 이때 나온 준설토의 대부분은 준설토 투기장에 부어놓는데, 준설토 투기장의 대부분을 갯벌에 만든다. 갯벌을 빙 둘러 둑을 쌓고, 그 안에 준설토를 부으면 땅이 생긴다. 준설토를 계속 긁어내야 하니 매립은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된다. 새로운 땅은 계속 생겨나고, 갯벌은 사라진다.

준설토를 처리하는 방법이 꼭 매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 여러 나라는 준설토의 50% 이상을 건설자재 등으로 재활용한다. 인공갯벌을 만들거나 인공섬을 만들어 생태계를 복원하기도 한다. 인간을 위한 매립이 아니라 새를 위한 매립이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준설토도 처리할 수 있고 땅도 만들어 팔 수 있는 대규모 매립을 포기하지 못한다.

해양수산부는 인천항 준설토 처리를 위해 영종도에서 북동쪽으로 600m 떨어진 갯벌에 준설토를 붓고 있다. 332만㎡ 넓이의 새로운 땅은 한상드림아일랜드라는 이름을 얻었다. 땅의 절반은 골프장이, 나머지에는 특급호텔과 워터파크가 될 것이다.

순천만 찾은 멸종위기종 저어새. 순천시 제공

인천시는 영종도와 한상드림아일랜드 사이의 폭 600m 갯벌을 그냥 두기 아까웠는지, 이곳을 매립해 레저ㆍ휴양, 주거ㆍ상업 복합, 미래신산업ㆍ항공물류 단지를 조성하려 한다. 그 갯벌은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의 대량 서식지이고, 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의 번식지이자 휴식지이다.

문명의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매립만으로도 수많은 갯벌이 사라졌다. 매립을 피하려 기를 써도 매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 인천 앞바다에서는 필요도 없는 땅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땅이 생기기는 하니 그 땅 위에 이런저런 계획과 욕망이 쌓인다. 이런 식으로 새 땅에 건물이 올라가고,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기존 시가지는 쇠퇴하고, 갯벌은 사라진다.

지금 인천시청 앞에서는 갯벌을 지켜달라는 인천시민들의 1인 시위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갯벌 보전의 의지를 표명했었다. 시민들은 시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최성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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