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포트]“공유주방, 코로나 이후 식음료 사업 허브 될 것” 위쿡 김기웅 대표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리포트]“공유주방, 코로나 이후 식음료 사업 허브 될 것” 위쿡 김기웅 대표

입력
2020.06.16 06:00
0 0

[42회]‘전원일기’ 배우, 증권사 트레이더 거쳐 공유주방 CEO 된 김기웅 대표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서울시 1호 도로터널인 사직터널 옆에 적갈색 건물이 있다. 이 곳에 국내 최초의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있었다. 그 뒤로 사직공원 안에 서울시 1호 도서관인 종로도서관이 보인다.

1호들만 모인 이 곳에 국내 최초로 공유주방을 만든 신생(스타트업) 기업 위쿡이 있다. 김기웅 위쿡 대표는 동화면세점이 소유한 최초의 면세점 건물과 롯데그룹 소유의 옆 건물을 장기 임대해 2015년부터 공유 주방 사업을 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공유주방 스타트업인 위쿡을 창업한 김기웅 대표가 서울 사직동 지점에서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 업체

공유주방은 음식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주방을 여럿에게 빌려주는 공간 제공 사업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위쿡의 공유주방을 공간 제공에 정보기술(IT)이 결합된 IT 플랫폼 서비스로 본다. 그는 이를 ‘식음료(F&B)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F&B 비즈니스 플랫폼은 단순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사업에 필요한 각종 재료 공급, 주문 및 배달 등 IT 서비스와 판매를 위한 마케팅 기획과 브랜드 전략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위쿡은 다른 공유주방 업체들과 달리 시장 수요에 맞춰 배달형, 식품 제조형, 식당형 등 3가지 형태의 공유주방 사업을 한다. 배달형은 주문을 받으면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음식점들을 위한 공유주방이다. 제조형은 네이버나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에서 빵, 도시락 등 완제품을 판매하는 개인이나 업체를 위한 공장 같은 공유주방이다. 식당형은 말 그대로 공유주방에 더해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까지 빌려주는 사업이다. “3가지 사업을 통해 공유주방을 넘어서 F&B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3가지 중에 가장 주력하는 것은 수요가 제일 많은 배달형이죠.”

위쿡이 운영하는 공유주방은 현재 총 11개점이다. 배달형은 주로 서울 강남쪽에, 식당형은 서울 강남과 압구정, 안국동, 을지로 등에 있다. 제조형은 서울 사직동과 송파 두 군데다.

11개점에 입점한 음식사업자는 약 300개팀이다. 이 가운데 37개팀이 배달형 공유주방을 이용 중이며 5개팀이 식당형 공유주방을 한다. 나머지는 제조형이다. 제조형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 위쿡의 특징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사직동 위쿡 공유주방에 입점한 음식업체 관계자가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공유주방 중 유일한 규제 샌드박스 특례 대상

제조형이 많은 것은 위쿡이 규제 예외대상인 규제 샌드박스 적용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원래 식품위생법은 한 공간에 한 개 사업자만 식품 사업을 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단독 공장을 차릴만한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는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들은 좋은 아이디어와 아이템이 있어도 식품 제조사업을 하기 힘들다.

이를 해결한 것이 위쿡이다. 위쿡은 지난해 8월 규제 샌드박스의 특례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한 공간에서 여러 사업자들이 빵이나 잼 등 각종 식품을 만들 수 있는 제조형 공유주방을 선보였다. “제조형 공유주방을 제공하는 곳은 위쿡 뿐입니다.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된 이후 개인 창업자들이 많이 입주했습니다. 건강식 도시락이나 그들만의 독특한 잼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 나왔죠. 그래서 정부에서도 제조형 공유주방을 굉장히 중요하게 봅니다. 정부는 위쿡의 성과에 따라 식품위생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입점업체들과 이익을 나눠 함께 성장하는 전략으로 매출을 올린다. “제조형은 시간당 이용료를 받고, 배달형과 식당형 공유주방은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받습니다. 입점업체들이 힘들면 위쿡도 매출이 줄어들죠. 그래서 입점업체들이 잘되도록 마케팅, 인력 채용 지원 및 각종 IT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합니다.”

특히 배달형 공유주방의 경우 배달원들을 직접 고용해 제공한다. 물론 임대 비용에 배달원 이용료가 포함돼 있다. “배달원을 제공해 배달형 공유주방 입점업체들과 운명 공동체가 됐습니다. 음식을 주문했는데 배달이 오래 걸리고 배달원이 불친절하면 다시 이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배달원들을 고용합니다.” 확실한 배달을 통해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위쿡에 모이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전략이다.

◇드라마 ‘전원일기’ 배우 출신 CEO

원래 김 대표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그는 MBC TV에서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국내 최장수 TV 드라마 ‘전원일기’에 영남이 역할로 출연했다. 원래 다른 아역배우가 영남이 역할을 할 예정이었으나 계속 우는 바람에 얼떨결에 어머니 따라 촬영장에 놀러 간 김 대표가 그 자리에서 섭외됐다. 그렇게 김 대표는 15년 동안 드라마에서 최불암이 연기한 양촌리 김회장의 손자로 살았다.

이후 김 대표는 연기를 그만두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대우증권에 입사해 7년 동안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그때 그는 지금의 사업을 준비했다.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이에 일본의 장기 불황 때 성공한 사업이 무엇이 있는 지 연구하는 붐이 불었어요. 한국도 곧 일본처럼 저성장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죠.”

그때 발견한 것이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하면 먹을 수 있는 편의점 간편식(HMR)이었다. “일본의 장기 불황 시절에 사람들이 돈이 없다보니 간편식을 많이 사먹어 이 시장이 엄청 성장했어요.”

[저작권 한국일보]김기웅 위쿡 대표가 "포스트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점들이 늘면서 공유주방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증권사 파생상품 트레이더에서 배달음식점 사장으로 변신

이를 주목한 김 대표는 증권사를 그만두고 서울 강남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음식점을 차렸다. “요리와 배달을 직접하며 1년간 운영했는데 아주 잘 됐어요. 8평짜리 공간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낮에 도시락을 만들고 밤에 떡볶이 등 야식을 연구하며 공유주방을 실험해 봤습니다. 이때 성공 가능성을 봤죠.”

그는 잘 되는 사업 속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매출이 오를수록 비용이 증가해 이익을 많이 내기 힘들고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수한 경쟁자들이 있어서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바로 매출이 떨어져요.”

결국 이익률을 높여 경쟁에서 이기려면 여러 사업자들이 하나의 플랫폼에 모여 기업처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이 김 대표가 위쿡을 하게 된 배경이다. “모이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공간을 공유하고 식자재를 공동구매하며 배달원을 같이 쓰면 비용이 떨어지죠.”

그런 점에서 김 대표는 소상공인이라는 용어를 싫어한다. 식음료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고 계속 정부가 보조만 할 뿐 육성을 하지 않아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당히 망하고 경쟁력있는 외식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식음료 산업의 육성정책을 펴야 합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은 레드오션(치열한 경쟁)에서 나온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그러려면 시장이 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장이 커야 혁신을 일으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요.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그런 경우죠. 국내 외식산업의 규모는 200조원에 이릅니다. 충분히 유니콘이 나올 수 있는 규모죠.”

◇“코로나 이후 공유주방 확대될 것”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공유주방 사업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음식산업이 배달음식 위주로 빠르게 비대면화 됐어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화가 더 강화됐죠. 이제는 과일, 야채 등 신선식품까지 배달하면서 온라인 장보기가 자연스러워졌어요. 패션 가구 등은 온라인 매출 비중이 40~50%까지 올라갔는데 식품은 아직 11% 밖에 안돼요. 온라인 매출 비중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죠.”

코로나19 때문에 음식산업이 어떻게 변해야 할 지 화두가 던져진 셈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음식산업에서 크게 3가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비대면이 빠르게 강화되면서 배달음식 종류가 늘어나고, 공유주방이 음식사업의 물류 허브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음식사업자들이 비대면 설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최대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날 것이고 배달 등 물류 조차도 로봇과 드론 등으로 무인화할 겁니다.”

김 대표는 신선식품까지 온라인으로 배달되면서 집에서 조리할 수 있도록 손질된 식재료를 보내주는 ‘밀키트’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공유 주방이 배달음식과 간편식의 생산 및 유통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만큼 음식사업을 하려는 창업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김 대표는 창업자들을 위한 육성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카페나 식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배달음식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여기에 간편식을 만들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배달음식과 온라인 식품 시장을 키우는 촉매제가 되고 있어요.”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사직동 위쿡 공유주방 입구에 걸려 있는 'Beyond the kitchen'이라는 문구가 식음료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향하는 사업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음식사업은 콘텐츠 사업…브랜드 전략이 핵심”

재미있는 점은 최근 음식사업에도 하나의 브랜드로 배달음식, 온라인 판매, 식당까지 하는 원 소스 멀티유즈 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탄탄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최근 음식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음식사업을 콘텐츠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음식도 브랜드로 대표되는 콘텐츠 사업이에요. 이용자는 배달 앱에서 콘텐츠 고르듯 브랜드를 보고 결정하죠. 이제는 어떤 형태의 음식사업을 하든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 김 대표는 계속 지점을 늘리고 창업자 지원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지점을 2개 더 늘리고 2024년까지 배달형 공유주방을 50개점으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미래에셋벤처투자, 네오플럭스 등으로부터 총 2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가 정한 위쿡의 사훈은 특이하게도 ‘혼자 먹지 말자’다. “혼자 먹으려 들면 항상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 같이 먹고 함께 커야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외식업을 하는 사람들은 일이 힘들어 개인적 삶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 곧 저의 꿈이자 위쿡의 목표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 리포트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